"n번방 신상 공개하라" 역대 최다 청원에…떨고 있는 26만명

주영민 / 2020-03-23 15:20:21
주동자는 물론 가담자 공개 청원 잇따라
'흔적 지우기' 업체까지 등장하며 소란
"엄중한 처벌로 유사 범죄 재발 막아야"
미성년자를 포함한 74명의 여성에게 스폰서 알바를 시켜준다고 미끼를 던진다. 알바를 하기 위해서 나체 사진을 보내야 한다.

사진을 보내면 그것을 미끼로 협박해서 엽기 성착취물을 촬영하게 하고 해당 촬영물을 남성회원들이 보면서 즐긴다. 남성 회원들은 적게는 25만 원 많게는 155만원까지 가입비를 냈다.

▲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불법촬영물과 신상정보를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핵심 피의자가 구속됐다. [뉴시스]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 대상 성착취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최소 2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담자 명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대표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n번방 가입자가 2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100여 개에 달하는 방회원 숫자를 놓고 단순 합산했을 때 26만명 정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들어갔던 방 중 최대 규모 방은 약 3만 명까지 있었다"며 "(중복자를 감안해도) 사용자는 아마 1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n번방에 회원으로 가입한 가담자들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이어지면서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가담자들은 신상이 공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인 20대 남성 조모(일명 박사)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동의자수는 23일 현재 22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경찰은 24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조 씨의 실명과 얼굴·나이 등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n번방 가담자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게 된 배경이다.

가담자 명단 공개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게재된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글의 동의자가 현재 150만 명을 넘어섰다.

또 n번방과 관련된 인터넷 댓글에는 '코로나 전수조사 하듯이 철저하게 조사해서 관련자 전원 신상공개하고 강력 처벌하라', '일단 이번에 잡힌 박사방 유료 가입자 1만 명부터 강력 처벌하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등 주요 피의자는 물론, 가담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음란물의 유포·유통자는 물론 소지자의 처벌까지 요구하는 이유는 현행 성폭력 처벌법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은 단순히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당장 법을 바꾸기 어렵다면 단순가담자의 신상을 공개해서라도 이 같은 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촬영물을 다운받거나 재생해서 보는 것 자체도 범죄라는 인식이 생겨야 찍거나 유포하는 이들이 생겨나지 않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검거한 124명의 가담자를 시작으로 전체 명단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피의자 처벌과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성폭력 특별법 제25조에 성폭력 범죄의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n번방 가담자의 경우 과연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다만, n번방 사건에 아동이나 미성년자 대상 간음이나 업무상 위력 간음, 추행 등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어 신상공개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가담자들은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등 뒷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음이 포착되고 있다.

네이버 등에 'n번방 흔적 지우기'를 검색하면 "제가 진짜 순간의 실수로 어쩌다 들어가서 잠깐 머물렀거든요…전 영상 안 올리고 관전만 했는데요, 그래도 흔적 지우고 싶습니다. 가능한 분 연락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또 소셜미디어 상에는 'n번방 흔적 100% 지워드림'이란 메시지와 함께 몇 만원씩 수수료를 내면 작업을 해준다는 공지도 숱하게 나돌고 있다. 그만큼 가담자들이 신상공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가담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이유는 법의 한계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며 "n번방 사태로 인한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해당사건이 아동이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라는 점만 입증된다면 신상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주요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는 것조차도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등 까다롭다"면서도 "26만 명에 달하는 가담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가담자에 대한 공개마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번방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불리는 조 씨를 비롯한 가담자 124명을 검거한 경찰은 현재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이라는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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