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자신감∙성공 과시…당창건일까지 '200일 성과' 내려는 고육책
북한이 한국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다음달 10일 개최하기로 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다음달 10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21일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일 발표한 공시에서 이같이 대의원들에게 알리면서 대의원 등록도 4월 10일 진행된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매년 4월께 정기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등 국가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북한은 통상 1년에 한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지만, 2012년과 2014년, 2019년에는 예외적으로 두 차례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실내에서 열리는 집단행사를 전면 금지하는 가운데 최고인민회의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끈다. 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전국 선거구에서 선출된 687명이다.
북한 당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하순부터 일찌감치 조-중 국경을 봉쇄했다. 이어 2월 하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방역체계 안에서 그 어떤 특수(예외)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의 모든 인민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시설을 출입할 때는 손소독과 체온측정을 하도록 강제했다. 또한 각급 학교의 개학을 4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강행키로 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로나19가 더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충격이 거센 상황에서 대규모 실내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방역 성공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 여파로 지난 2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최를 연기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린 바 있다.
실제로 21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20일 인민군 서부전선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훈련을 참관한 지휘관들이 이전까지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북한 당국의 방역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 장면이다.
또한 북한 관영매체들은 요즘 연일 "코로나19의 급속한 전파로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불안과 공포가 더욱 증대되고 있는 지금 우리 공화국에서 단 한 명의 감염환자도 나타나지 않은 사실은 세상 사람들 속에서 커다란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이와 대비해 "단 한명의 감염환자도 나타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북한)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우월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연초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중 국경 봉쇄 등으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면 돌파를 위한 '고육책'으로 최고인민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은 올해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새로운 국가 노선으로 천명했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고 정치행사를 강행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북한이 당창건기념일이 7개월 남은 상황에서 '정면돌파전'을 독려하는 선전화를 앞당겨 공개하고, 김정은 의원장이 이례적으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당창건 75돌을 맞으며 평양종합병원을 훌륭히 건설하자'는 제목의 대중연설을 한 것으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당창건 기념일까지는 이제 불과 20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당창건 75돌을 자랑스러운 기념비적 창조물 완공으로 빛내이기 위한 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 과감한 전격전을 벌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당창건기념일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전인민의 200일 돌격전, 철야전, 전격전'을 선포한 마당에 UN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조성된 난관을 뚫고 나가려면 국가정책의 기본원칙과 부수예산을 승인하는 최고인민회의 개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경제 상황을 결산하고 올해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것과 함께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입법 조치나 결정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대의원을 맡지 않기로 한 만큼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이번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4월과 8월 회의에서 헌법 개정으로 김 위원장에 '대외적 국가수반'의 지위를 공식 부여하며 국무위원장의 위상과 권한을 한층 강화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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