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 등 9명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검찰이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피해 정도, 합의 내용,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고 선처하는 제도다.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에만 넘기지 않는 것이어서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통해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고 다툴 수 있다.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재가 취소 결정하면 검찰이 다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A 씨 등은 각각 2003년~2013년 한 보험사와 의료비 지급 보험계약을 맺었다. 이 보험은 통원의료비의 경우 20만원이 보상 한도액이지만 입원의료비의 경우 5000만원 한도에서 비용의 90%까지 보상이 되는 상품이었다.
이들은 부산의 한 병원에서 통원치료 때 초음파검사 등을 받았는데 입원치료 때 검사를 받았다고 보험금을 청구해 총 1620여만 원을 수령했다.
이로 인해 수사를 받게 돼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이들은 보험사에 사기를 저지를 고의가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 씨 등은 진료기록의 검사 일자를 입원치료시로 기재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려 했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초음파검사 등에 관한 진료기록 기재를 허위로 여겼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 등에게 사기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음에도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자의적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해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으므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B 씨가 국방부 보통검찰부 군검사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같은 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 결정했다.
B 씨는 지난 2018년 2월 한 공용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자리에 꽂혀 있던 휴대전화 충전기를 빼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공부했다.
B 씨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나가면서 충전기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자신이 사용하던 독서실 책상 서랍 안에 뒀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B 씨는 절도 고의가 없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B 씨가 충전기를 사용한 날은 해당 독서실을 두 번째 이용하던 날이었는데 해당 독서실이 익숙하지 않아 휴대폰 충전기가 꽂힌 책상이 특정 이용자에게 할당된 지정 좌석이 아니라 비어 있으면 누구든 앉아도 되는 자유 좌석으로 착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독서실 공용으로 제공돼 임의로 가져다 사용해도 되는 충전기라고 오인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 씨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져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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