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 방문 가게' 낙인에 골병드는 자영업자들

김형환 / 2020-03-13 11:31:47
"매출 반 토막나…문을 닫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초리와 외면에 임시폐쇄한 PC방도
"감염자 노출 정도에 따라 상호 공개 신중해야"

"저희는 언론 노출을 원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 업주는 본지 기자의 방문을 상당히 경계했다. 혹시나 가게의 상호명이 또 다시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과정에서 상호명이 노출된 동대문구의 가게들 [김형환 인턴기자]


그는 "매출은 40%로 줄어들었고 방역하는 날은 장사도 못했다"며 "계속해서 상호명이 노출되는 건 장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며 사장님은 주방 정리를 이어갔다.

이처럼 확진자 동선 공개 과정에서 상호명이 공개된 식당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방문 가게'라는 낙인에 찍혀 힘겨운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초리에 임시 폐쇄한 가게도 있어

12일 낮 손님으로 가득해야 할 동대문구의 한 건물. 손님으로 붐벼야 할 공간에 방역요원과 공무원만 있었다. 확진자가 2명 발생한 A 피시방이 위치한 건물이었다.

▲ 확진자가 2명 발생한 동대문구의 한 PC방이 오는 16일까지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김형환 인턴기자]


A 피시방은 오는 16일까지 방역을 위해 문을 닫았다.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을뿐더러 확진자가 2명 발생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A 피시방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당구장 직원은 "손님이 너무 없다"며 "피시방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 후 더 없어졌다"고 밝혔다.

방역작업을 진행 중이던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PC방과 같은 밀접접촉이 가능한 가게에 대해 조사를 마친 후 일괄적인 권고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빨리 코로나19가 수습돼 자영업자들이 마음 놓고 장사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출 반토막… "장사 그만둬야할지 진지하게 고민"

확진자 동선 공개 과정에서 상호명이 노출된 가게들의 매출은 대부분 50% 이상 줄었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동대문구의 한 식당이 코로나19 방역인증서를 벽에 붙여놨다. [김형환 인턴기자]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식당의 업주는 "안그래도 장사 안 됐는데 상호명 공개 이후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났다. 가게 방역 작업과 직원들 코로나 검사로 이틀 간 가게 문도 닫아야만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식당 관계자는 "자세한 매출은 공개하기 힘들지만 임대료, 인건비를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식당을 닫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식당도, 성동구에 위치한 식당도 마찬가지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언급했다.

식당 뿐만 아니라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 카페들도 마찬가지였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카페 관계자는 "매출이 40% 가량 줄어들었다. 그래도 며칠 지나니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상호명 노출은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 관계자는 "매출이야 말도 할 것 없이 줄었다"며 "확진자로 판정 나신 분도 분명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상황이 이렇게되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별 제각각인 상호명 공개 지침…객관적 지침 필요해

보건당국은 13일 '코로나19 지자체용 대응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 12일 낮 동대문구청장과 방역 관계자가 확진자가 발생한 PC방 건물을 방역 작업하고 있다. [김형환 인턴기자]


해당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 동선 공개 과정에서 상호명 공개는 △ 방문했던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 당시 증상은 심각했는지 △ 머문 시간은 얼마나 됐는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자체별 역학조사관이 판단한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의 주관적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객관적 수치 등이 없어 지자체별로 상호명 공개가 상이한 상황이다.

동대문구의 경우 19명의 확진자에 대한 동선 공개 과정에서 도내에 위치한 가게의 이름을 모두 공개했다.

도봉구의 경우에는 동선만 공개할 뿐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다녀간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던 본인들이 확인을 해야 한다"며 "그 필요성으로 상호명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상호명을 무조건 공개한다면 해당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감염 우려가 큰 밀접 접촉자가 없으면 상호명을 비공개했다"고 말했다.

상호명이 공개된 동대문구의 한 식당 사장님은 "가게 이름이 노출되면서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 당장 종업원 월급 주기도 힘들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KPI뉴스 / 김형환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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