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막으려면, 민법 98조부터 개정해야"
'나는 물건이 아니에요'
지하철역에 붙은 사진 속 작은 고양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메시지를 던진다.
이 사진은 길고양이 전문 사진작가 김하연 씨의 주도로 진행된 '티끌 모아 광고' 2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광고판이다.
지난 3일 김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티끌 모아 광고_광고 계약했습니다'라는 글과 계약서 사진을 올렸다. 후원금을 모아 동물의 권리를 알리는 '티끌 모아 광고' 2차 프로젝트가 성사된 것이다. 2월 21일부터 3월 2일까지 총 11일 동안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1356명이 참여해 3453만6566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후원자 명단은 광고에 포함돼 3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전철역에 게재될 예정이다.
작년에 진행된 1차 프로젝트는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길동물도 엄연한 우리의 이웃임을 환기시키고 공존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프로젝트 기획·진행자인 길고양이 전문작가 김하연 작가의 생생한 사진이 호소력을 더했다.
김 작가의 말을 빌리면 "계획보다 모금이 너무 잘 되는 바람에", 작년 2월 서울 2호선 낙성대역을 시작으로 홍대입구역, 부산 서면역, 광주역, 대구역, 대전역까지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이라는 메시지가 확산됐다. '경의선 자두' 사건 때 연대했던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도 동일한 슬로건과 김 작가의 사진을 담아 버스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1차 프로젝트가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호소'였다면 이번 2차 프로젝트는 '동물의 권리 선언'이다. 이번 광고 속 고양이는 '나는 물건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며 '인간 외 동물의 법적 지위'를 주장한다. 현행 민법 98조에 의하면 동물은 '물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의선 자두', '망원동 토순이', '화성 시껌스' 등 자식 같은 반려동물이 잔혹하게 살해당해도 '재물손괴죄'에 그치고 마는 한계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또한 반려인(현행법상 '소유자')에 의한 학대행위는 처벌이 더욱 어렵다. 퇴역견 메이 사건, 경의선 자두 사건과 더불어 국민청원 20만 명을 돌파한 '동물학대 유튜버'가 그런 경우다.
게다가 반려인이 없는 길동물들은 '재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길동물을 대상으로 한 학대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맞서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7년 3월 민법 제98조 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의 필요성은 꾸준히, 특히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조돼왔다. 그러나 아직 이 법안은 계류 중이다.
동물권 선진국들은 이미 민법을 개정해 인간 외 동물에게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1988년), 독일(1990년), 스위스(2002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한 나라의 도덕적 수준과 위대함은 그 나라 동물들이 받는 대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긴 마하트마 간디의 나라 인도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동물에게 법적 독립체 지위를 부여했다.
김하연 작가는 "민법 98조 개정은 국내 동물권의 출발점이다. 동물이 '물건' 아닌 '생명체'로 인정받을 때까지 이 프로젝트는 같은 취지, 같은 슬로건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가 법의 개정인 만큼, 광고 게재 장소는 국회의사당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이어 순환선인 2호선에서도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시청·건대·잠실·강남역에 광고가 게재된다. 3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총 6개 서울 전철역에서 "나는 물건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KPI뉴스 / 김진주 기자 perle@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