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드러날까봐 '쉬쉬'…방역당국 애먹는다

김지원 / 2020-02-27 17:07:38
'신천지+코로나' 낙인 찍힐까 '모르는 척'
"공동체 안전 위해 방역당국에 협조해야"
신천지가 보건 당국에 정확한 신도 명단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본인이 신천지 신도임을 뒤늦게야 고백하는 '신밍아웃(신천지+커밍아웃)' 사례가 이어지며 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조사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1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대규모 신천지 집회. 기자가 당시 참석자에게 집회 현장 책임자를 물었더니 양복을 입은 한 젊은 남자에게 안내했다.

기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한 취재를 위해 당시 집회 현장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왜 이런 걸 저한테 물어보시는 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집회 이야기를 꺼내자 '무슨 집회요?'라며 되물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에서 열린 신천지 집회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김지원 기자]

신천지에서 탈퇴한 A 씨는 "집회는 보통 섭외부가 많이 연다"며 "주최자는 섭외부였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섭외부는 정부로 치면 검경기관에 해당한다. 정보 수집, 문제 성도 관리 및 외부 섭외, 장소 대관 등 여러 가지를 관리하는 핵심 부서다.

▲ 신천지 관계자와 지난 19일 주고받은 카톡 내용. 지난해 11월 신천지 집회에서 기자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신천지 교인이다. 

이처럼 신천지 신도들은 '신밍아웃'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천지를 최근 탈퇴한 20대 B 씨는 "신도들은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동선을 말하면 신도라는 사실을 들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나에게 증상이 나타나도 주변 낙인이 두렵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고) 집에 있을 것"이라며 신도들이 보건 당국 요구에 비협조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초기 신도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3일 경기 용인시 거주민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C 씨가 역학조사과정에서 대구 신천지 교회 방문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도 그 예 중 하나다.

'신밍아웃'이 두려워 동선을 숨기는 경우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한 언론매체는 지난 27일 신천지 측이 익명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이동경로 파악을 막기 위해 카드 사용 금지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때 신천지에 몸담았다는 C 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분을 숨기는 것은 교회와 사회 모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숨을 이유가 없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방역당국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진술에만 의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 CCTV확보 등 다방면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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