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6.1%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처벌단계가 가장 중요"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역 내 여성화장실에서 '분노의' 낙서를 발견했다. "몰래카메라 촬영, 신고가 예방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부착물 옆에는 "신고가 예방이냐", "처음부터 안하는 게 맞는 거다"등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아예 부착물의 '몰래카메라 촬영, 신고' 부분을 지우고 그 위에 "안하는 게 예방입니다"로 바꿔써놓은 칸도 있었다. 화장실을 나오며 보니 여성화장실 입구에도 동일한 문구가 쓰인 부착물이 보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몰래카메라'라는 어휘는 호기심, 장난 같은 인식에 그치는 느낌의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발생한 후 신고가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해당문구에는)촬영을 심각한 범죄나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식을 개선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몰래카메라'와 '불법촬영'의 용어 사용이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탐구해야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용어사용'의 중요성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는 2017년 기존에 사용하던 '몰래카메라'의 용어가 심각한 범죄를 가볍고 장난처럼 인식하게끔 만든다는 견해를 수용해,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로 대체사용을 권고했다. 아울러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발생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국민 인식도 높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96.1%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해당 현안에 대해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연구원은 "불법촬영이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수치가 90%가 넘을 정도로 국민 의식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를 위해 가장 집중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단계로는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단계(26.1%)'가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
코레일 측은 2018년 말부터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제작물을 부착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를 '불법촬영'으로 고쳤다. 그럼에도 4호선 상록수역처럼 여전히 '구판 부착물'이 아직도 버젓이 붙어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처벌 요구가 높아진 만큼, 용어 사용부터 문구 및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보다 종합적이고 꼼꼼한 대책이 요구된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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