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의혹' 서울교대 남학생들에 정학 3주 징계는 위법"

김광호 / 2020-02-02 15:26:32
법원 "행정절차법 위반…징계사유도 사실로 보기 어려워"
"'정학 3주' 처분 가혹…학교가 갖는 권한 범위 벗어나"
"과거 악습 있었지만 2016년 이후 오히려 자정 노력"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남학생들을 정학 3주에 처한 학교 측의 징계는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절차와 내용을 따질 때 징계가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원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모 씨 등 서울교육대학교 4학년(16학번) 남학생 5명이 학교 총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이 씨 등은 지난해 3월 학내 대자보를 통해 알려진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지난해 5월 10일 정직 3주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씨 등이 2017~2018년 학과 신입생 소개 자료에 신입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를 쓰고, 2016~2017년 학과 남학생 대면식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에 대해 외모 평가 등 성희롱·성적 대상화 발언을 했다는 게 주된 징계 사유였다.

그러자 이 씨 등은 징계 처분 일주일 만에 불복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우선 학교가 내린 징계가 절차적으로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징계를 내리기 전 학교가 이 씨 등에게 징계 사실을 알려주지도,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도 않는 등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학교가 '성희롱'을 징계 사유로 삼고도 정확히 어떤 행위가 문제인지를 징계 처분서에 명시하지 않은 점도 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학교 측이 내세운 징계 사유 역시 사실로 보기 어려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씨 등이 신입생 소개 자료를 만들면서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를 썼다거나, 2016~2017년 남학생 대면식에서 여학생 외모 평가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일부 고학번 남학생들이 대면식에서 여학생 외모 평가를 한 적은 있지만 과거의 일이고, 최근에는 남학생들이 오히려 외모 평가 등을 없애기 위한 자체적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만약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학 3주' 처분은 너무 가혹해 학교가 갖는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유로 징계가 청구된 다른 학과 남학생들에게는 '경고' 처분만 내려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은 교육실습 기간에 징계를 받아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했고 결국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는 학생 생활지도규정에도 없는 '1년 유기정학'을 한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징계는 앞서 법원이 이 씨 등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중단된 상태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 씨 등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는 취소된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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