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자충수
여론 향배 무시한 행태 심판받을 것
원래 사람이 싸울 때도 큰소리 뻥뻥 치고 난리법석 대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은인자중 하면서 속으로 어떤 칼날을 갈고 있을 지 모를 상대에게는 두려움을 느낀다.
'좌파독재'란 신조어를 내세우며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저지에 목을 걸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여당은 아마도 한국당의 '결사투쟁' 구호가 가소롭게 들리지 않을까 싶다. 원래 큰소리 내는 상대에게는 무서움보다는 만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싸움 좀 하는 동물들의 본능이다.
황교안 대표의 주도로 연일 계속되고 있는 한국당의 장외집회는 적군에게 공포를 심어주기는커녕 실소와 가소로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황 대표로서는 극약처방이라고 내놓는 단식투쟁이나 태극기 '애국집회' 등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당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그들이 말하는 '좌파독재'의 지지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일 게다.
평생 거리투쟁이라곤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열심히 해보지만 효과는 없고, 조바심은 나고, 자존심에 상처는 가고, 그러다보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평생 양지 바른 곳에서 공안검사로 어깨 힘주고 살았던 사람이 정치판에 들어와서 뜻대로 되지 않으니 입에 한번도 담지 않았던 '결사투쟁'이란 말도 내뱉고 있다. 옛적엔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불러들여 죄인 만들던 사람이 거꾸로 대역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16일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한국당의 이벤트는 가히 역대급 자살골로 기록될 듯하다.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한답시고 수천 명의 태극기부대(반대 진영에서는 '태극기 모독부대'라 부른다)들을 국회 담장 안으로 들어오게 해 무려 6시간 동안 국회에서 난동에 가까운 소란을 피웠다.
외부 인사들까지 국회 안으로 들어와 소리 지르고 무법천지로 만든 행태는 근래 없었다. 국회 정문 밖에서 집회가 허용된 것도 비로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집시법이 너무 엄격하다고 판단한 이후 57년 만에 처음이다.
그럼에도 국회 안으로 수천 명이 들어와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반대 진영 사람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붓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건전한 시민의 눈으로는 견디며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물론 이를 철저하게 차단하지 못한 공권력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공권력에 관한 한 현 정부는 물러터진 정권이라는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그들은 욕하고, 침 뱉고, 머리채를 잡아채고, 따귀를 때렸다"고 맹비난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백주 대낮에 발생한 정치테러다. 거의 폭도에 가까운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렇게 국회 담장 안에서 광란에 가까운 집회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군중들에게 황교안 대표는 "들어온 것만으로도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는 말로 격려를 하기도 했다.
지난 4월초에는 민노총 소속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어가려다 제지당했고, 담장이 일부 훼손됐다. 이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최근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4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같은 잣대로 이번 국회 집단 난입과 폭행에 관해 철저한 수사를 펴고 단죄해야 마땅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법을 결사 저지하며 검찰 편을 들고 있는 한국당과 검찰은 한통속이라는 세평이 차고 넘친다. 오해라고 주장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한국당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과 소동을 지켜본 사람들 중에는 "나도 보수지만 보수가 저런 거라면 나는 안 한다"고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보수의 이름으로 보수에 먹칠을 하고 있음을 자기들 스스로도 깨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떼를 써서 될 일이 있고,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있다. 검찰권 축소와 공수처 설치, 비례대표를 늘리는 선거법 개정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안이다.
역사의 물줄기는 분단 이후 줄기차게 이어져 오던 친일반공독재 프레임에서 벗어나 도도하게 물길을 바꾸고 있음을 한국당만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당은 사마귀가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멈추겠다고 버티는 '당랑거철'의 신세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황교안의 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행태를 적당히 즐기고 있을 지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표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가 정말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다음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지금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당 표 떨어지는 소리를 황 대표만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다른 한국당 지지자들은 모르는, 한국당의 엑스맨(X맨)인지 도대체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총선에서 득을 보든 말든 그건 그들의 일이고, 제발 국민들 정치 피로도가 쌓이지 않도록 좀 해주었으면 한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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