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상 공소제기 이후 강제수사로 확보한 증거는 이 재판에서 쓸 수 없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구속 후 처음 열린 사문서위조 혐의 두 번째 재판(26일)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증거가 이 사건 사문서위조 혐의 증거로 사용되면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검찰이 지난 9월 6일 정 교수를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 내용이 부실함에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맞춰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 제기와 맞물린다.
정 교수를 서둘러 재판에 넘기다 보니 공소 내용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냔 의혹은 검찰이 지난 9월 18일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짙어진 바 있다.
이날 재판부도 사문서위조 공소장 변경 건을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펼치면서 검찰이 무리해서 정 교수를 기소한 게 아니냐는 의심만 더욱 커지게 했다.
재판부는 "1, 2차 기소 사건에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사문서위조 관련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더라도 동일성 여부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언론 보도 등을 보면 1차 기소 이후로도 압수수색, 구속, 피의자 신문 등 수사가 계속 이뤄지는데 1차 기소 사건만 빼고 했는지 알 수 없다"며 "대법원 판례상 공소제기 이후 강제수사로 확보한 증거는 이 재판에서 쓸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기소 후 이뤄진 검찰의 보강 수사 내용은 변경할 공소장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 교수 기소 카드를 서둘러 꺼내다 보니 공소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세간의 의혹이 입증되는 순간이다.
검찰로선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으로 인해 사문서위조 기소 이후 벌어진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 등을 변경할 공소장에 담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이는 재판부가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증거가 이 사건 사문서위조 혐의 증거로 사용되면 적절치 않다"며 "증거목록에 공소제기 후 강제수사로 취득한 증거가 있다면 그건 빠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있어 동일성 여부에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공소제기 이후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내용을 굳이 사문서위조 혐의 관련 공소장 변경에 쓸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동일성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있어 정 교수의 방어권 보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검찰이 추가로 조사한 부분이 원래 공소사실과 일치한다고 말을 바꿀 경우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