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서울 잠실역 입구의 장사진(長蛇陳). 역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이 아니다. 줄은 U자 형태로 꺾여 역 입구 매점으로 이어졌다.
주말 하루 이틀 전이면 늘 목격되는, '로또 구매 행렬'이다. 매점 앞엔 '1등 ○회 당첨' 광고가 붙어 있다. '로또 명당'이란 얘기일 텐데,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많이 팔리니 당첨자도 많이 나오는 것이겠지.
어차피 '동행복권'(옛 나눔로또) 한 게임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복권은 희망이다. 삶이 팍팍할수록 서민들은 복권에 기대 대박 환상, 인생 역전을 꿈꾼다.
동시에 복권은 꼼수다. 공급자인 정부는 사행심을 부추겨 손쉽게 재정 사업을 해결한다. 부자들이 복권을 사지는 않는다. 절대다수의 서민 호주머니에서 돈을 거둬 극소수의 서민에게 몰아주는 '거대 투전판'. 이 게 복권사업이다.
복권 매출액의 절반가량은 당첨금으로, 제반 비용을 뺀 나머지는 공익사업에 쓰인다. 그렇게 정부는 서민에게 '인생 역전'의 꿈을 팔고 '고통 없는 세금'을 챙긴다. 불황일수록 활기를 띠는 복권사업은 그래서 모순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지갑을 훑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렬은 이어질 것이다.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이다. 복권만이 희망인 세상은, 그래서 절망적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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