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별' 아닌 '쩐의 전쟁'이었나…미쉐린의 이상한 해명

권라영 / 2019-11-14 18:44:44
미쉐린 가이드, '브로커 의혹' 제기된 후 첫 공식 행사
공식 질문 안 받아…자리 옮겨 일부 기자에게만 해명
"관계 없다"더니…의혹 연루 관계자 전 직원으로 밝혀져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신뢰는 자산이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의 말이다. 그러나 미쉐린 가이드는 '자산' 관리에 소홀한 모습이다. 최근 제기된 이른바 '컨설팅 브로커 의혹'을 해명하는 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스타 레벨레이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쉐린 제공]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 서울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스타 레벨레이션'이 열렸다. 미쉐린 가이드가 수여하는 '미쉐린 스타'와 관련해 컨설팅 브로커가 일부 식당에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첫 공식 행사라 시선이 쏠렸다.

미쉐린 가이드는 레스토랑의 요리를 미쉐린 스타로 평가한다.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뜻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3스타는 서울신라호텔 '라연'과 광주요그룹 '가온' 두 곳뿐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이 모두 브로커 의혹에 휩싸이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행사는 이주행 미쉐린 코리아 대표와 뿔레넥 디렉터가 각각 발언한 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의 쉐프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로 진행됐다. '라연'과 '가온'은 모두 3스타를 유지했다. 함께 의혹이 제기된 광주요그룹 '비채나'도 지난해와 같은 1스타를 받았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진행자는 행사 종료를 알렸다.

뿔레넥 디렉터가 발언 중 "저희는 보편적인 기준과 더불어 뿌리 깊은 독립성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방법을 개발해 왔다"면서 "별을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결코 한 사람의 결정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공식적인 질문 시간은 없었던 셈이다.

▲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 서울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스타 레벨레이션' 행사가 열리고 있다. [권라영 기자]

행사가 끝난 직후 뿔레넥 디렉터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예정된 자리는 아니었다. 미쉐린 측은 이를 행사장인 비스타홀이 아니라 비스타워커힐 서울 내에 있는 다른 공간에서 진행했다. 또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이러한 사항을 먼저 공지하지 않고 관계자에게 문의한 경우에만 안내했다. 이렇게 비밀스러운 해명이라니, 이상한 광경이다.

비공식적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뿔레넥 디렉터는 컨설팅 브로커라고 지목된 인물에 대해 미쉐린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미쉐린 평가원은 돈을 내고 식당을 이용한 뒤 평가한다"면서 "식당에서 미쉐린에 돈을 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누군가가 금품을 요구한다면 미쉐린 직원이 아니라는 증거"라면서 "여러 평가원이 경험한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하며, 크로스체크한다"고 평가가 공정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사를 진행했으나, 정보가 유출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해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앞서 KBS 보도에 의하면 컨설팅 브로커라고 지목된 인물은 미쉐린 내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한 식당 측에 흘렸다.

뿔레넥 디렉터는 의혹과 관련해 "법적 조치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대응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는 미쉐린 직원이 아니니 믿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수준에서 그쳤다.

KBS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미쉐린 고위 관계자가 브로커 의혹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미쉐린 측은 이 관계자가 실제 직원이었으나 현재 퇴사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브로커라고 지목된 인물과 미쉐린 사이에 어떤 관계도 없다며 해명한 것이 무색하게 됐다.

뿔레넥 디렉터는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에서 철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은 미식 산업이 번성하고 있다"면서 "철수한다면 후회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신뢰가 없다면 발간을 이어가는 의미가 있을까. 미쉐린 가이드가 120년간 쌓아 올린 신뢰라는 '자산'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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