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홀로 분투...여당 인사들 뭐하나
자멸의 길 가는 국힘에 기대 안주하나
요즘 이재명 대통령은 전쟁중이다. '집값과의 전쟁','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인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가깝다. 상대가 국민의힘, 보수언론, 집부자들로 뭉친 거대 '기득권 동맹'이다.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과, 임기도 없고 자산으로 무장한 기득권 동맹의 대결.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 해도 시간과 구조는 기득권 편이다.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 약자로 보이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골리앗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미친 집값'에 도둑맞은 상황이다. 무주택 서민이 '이생망'의 절망으로 한숨짓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경제는 깊은 양극화 수렁에 빠진 터다. 그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무슨 미래가 있겠나.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정확하다. "다주택자가 세금 때문에 힘들다고 우는 소리가 안타깝나. 집없는 청년들 피눈물은 안보이냐"(2.3 국무회의)는 촌철(寸鐵)이 핵심을 찌른다. 이토록 집값 잡기에 진심인 대통령이 있었던가. 부동산 개혁에 인생을 건 김헌동 전SH공사 사장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본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수년간 주택정책을 조언한 사이다.
이런 대통령이 있어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은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를 가질 법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통령 혼자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 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김 전 사장은 10일 "차 한잔 하자"며 찾아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는데도 어느 정치인도, 관료도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는다"고 개탄했다.
대통령은 싸우는데, 여당과 관료들은 어디에 있나
부동산 개혁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이룰 수 없다. 여당, 관계 장관, 관료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통령의 의지를 진심으로 뒷받침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의문이다.
여당 대표 정청래부터 엇박자다. 이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때이른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으로 정치적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 지금 세 불리기에 몰두할 때인가, 국정 성과를 내는데 집중할 때인가. 혹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며 자멸의 길로 가니, 그 무능과 퇴행에 안주하는 것인가. 그러나 상대가 못한다고 해서 개혁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실패에서 배우지 못했나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만큼 자신 있다"고 했지만 공언과 정반대로 '미친 집값'과 '영끌 세상'을 만들었다.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대출은 늘려주고 세금은 화끈하게 깎아줘 다주택자를 폭증시킨 결과였다. 입으론 "집값 반드시 잡겠다"면서 손발은 버젓이 '미친 집값'을 만드느라 분주했던 거다. 김 전 사장은 "돈 있는 아줌마들이 버스 대절해가며 열 채씩, 스무 채씩 부동산 쇼핑을 하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문 전 대통령도 9일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고백하긴 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비겁한 자백이 아닐 수 없다. 실패를 인정할 거라면 왜 실패했는지도 밝혔어야 했다.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세제 혜택을 몰아줘 다주택자를 양산했음을, 그 결과 주택 수요가 폭증하고 집값이 미친 듯이 뛰었음을, 정책 명분은 '서민 주거 안정'이었지만 현실에서는 투기 수요에 불을 질렀음을, "임대사업자 특혜는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것"(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경고를 귓등으로 흘렸음을 정직하게 인정했어야 했다.
그래야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닌가. 정직한 고백을 건너뛰니 여전히 "임대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다주택자 특혜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닌가. 임대사업자는 결국 다주택자다. '신축 임대'가 아닌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 임대'는 주택 수요를 늘리고, 시장에 나올 공급을 줄인다. 왜 그들에게 계속 특혜를 줘야 하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집값을 잡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다주택자가 집을 시장에 내놓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낸다. 신축 공급은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 위에 장기 해법을 쌓으면 된다. '반값아파트', '기본주택' 같은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면 된다. 김 전 사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고, 3억~4억짜리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면 집값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했다. 단기적 공급 확대와 중장기적 공공주택 확충을 병행하면 집값이 안 잡힐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집값 못 잡으면, 미래 없다
집값 문제는 단순한 자산 문제가 아니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 세대가 '이생망'의 절망에서 벗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옳다.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의 뒤를 따라가지 않는 정치와 관료다.
집값과의 전쟁은 대통령 혼자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행동, 선언이 아니라 정책, 무엇보다 과거 실패에서 배운다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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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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