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희 "트로트가수라 행복하다"

홍종선 / 2018-11-26 09:39:48
"여러분의 영원한 자기야로 남는 가수 되고파"
"어디서든 누구와도 같이 부르고 춤추는 행복감"
끝없는 도전..작사 작곡, 패션쇼 모델, 영화 출연
8연승 손승연과 첫 대결 '복면가왕 다시 나가라'
▲ 데뷔 18년차 가수 박주희 "제 노래 듣고 신난다! 힘난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루벤터 제공]


갈고 닦아온 노력의 시간들,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 할 가창력과 퍼포먼스. 재능과 실력, 성실과 노력을 다 갖추고도 빅스타가 되지 못한 가수가 어디 한둘이랴. 그 가운데서도 가수 박주희를 보노라면 늘 '한 뼘만 더' '한 걸음만 더' 대중의 사랑이 보태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노래하는 무대는 말할 것도 없고 뮤직비디오 하나, 의상 하나에서도 정성이 깃든 완성도가 느껴진다. MBC 음악예능 '복면가왕'만 해도 그렇다. 장차 8연승의 위업을 이룰 손승연의 첫 번째 상대가 가수 박주희였다. 제작진이 그 상대로 선택한 것 자체가 가창력에 대한 인증이지만, 1라운드 탈락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가수 박주희는 웃는다,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평창올림픽 축하 무대에 태극기 의상의 원더우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모델처럼 큰 키를 활용해 우리의 멋을 알리는 한복을 입고 중국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한다. 내 노래를 듣고 싶은 이가 있다면 시골 장터, 사과상자 위라도 기쁘게 선다. 그런 행보를 지켜보며 느끼던 애정 어린 안타까움에 인터뷰를 자청했다.

11월 하순, 갑자기 쌀쌀해진 바람을 뚫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중식당에 마주 앉았다. 저녁식사 시간이었는데 인터뷰를 끝낸 뒤 밥(실제론 짬뽕을 먹었다^^)을 먹겠다고 말하며 반짝이는 눈빛에서 중견가수의 여유로움보다 아름다운 신인의 자세가 보였다. 스물여섯 개의 질문, 두 시간이 넘는 대화 속에서 가수 박주희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솔직하게 답했다. 고갱이를 잘 추려 볼까.

 

▲ 쉬지 않고 차곡차곡 정규앨범을 쌓아 가고 있는 박주희. 어느새 5집까지 발매했다. [그루벤터 제공]


첫 질문으로 흔히 인터뷰 마지막에나 물을 얘기를 던졌다. 곡, 의상,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모든 것에 정성을 기울여요. 그 결과 퀄리티가 높고요. 그런 부분들에서 가수 박주희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떤 가수로 인식되기를 원하기에 그렇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나요.

"어떤 가수로 인식된다,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어요. 어떤 기대치를 가지고 관객 분들 앞에 서는 건 아니고, 제가 서는 무대를 보실 때 이 순간만 만큼은 행복하고 즐거우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노래해요.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공연장에 따라왔는데 회사에 복잡한 일, 집안에 좋지 않은 일 있었는데 '야, 신난다!' 다 잊고 리프레시(refresh, 환기)돼서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요. 그동안엔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았고 내가 어떤 생각으로 무대에 오르는가가 중요했어요, 그게 실현되면 그게 좋다고 생각했고요. 질문 듣고 보니 관객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싶습니다."

인기가수들도 노래 한 곡을 음원으로 내는 시대다. 정규앨범을 꾸준히 내는 풍속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수는 히트곡 하나면 평생 먹고 산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가수 박주희는 돈을 벌어 계속 재투자한다, 정규앨범이 어느 새 다섯 장이다.

"제가 똑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앨범 내고 나면 스스로 '이 이상은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내 창조의 끝이 여기인 것 같다. 이제 앨범 낼 것 없다' 생각하거든요. 한 5개월 지나면 아, 뭐 나올 것 같다! 이런 음악을 해 보면 어떨까? 어느새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원동력은 제가 행사에 자주 가는 것도 이유인 것 같아요. 해가 바뀌어 똑같은 행사장 다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해가 바뀌어 나를 초청했는데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행사가 끝난 뒤 '지난해보다 더 좋아 보인다' '이야, 이번 무대도 또 좋았다' '다음에 또 모시겠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다시 만날 그 무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주변의 상황들이 저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주변 상황이 정말 발전을 향한 노력의 요소일까. 그런 말 한 마디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고 변화의 계기로 삼는 박주희의 마인드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고생스러운데 제가 재미있고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고생스러우면서도 계속 해보고 싶어요. 관객 분들 반응을 늘 살피는데, '이건 재미없나봐' 싶으면 다른 데 가서는 다른 식으로 해 보거든요. 레퍼토리를 계속 고민해요. 이번엔 비욘세 노래를 해볼까, 머라이어 캐리를 해볼까. 새로이 선보인 곡들이 공연장에서 터졌을 때 희열을 느껴요. 그렇게 준비해놓곤 공개 안 한 음원들도 몇 개 있어요. 비욘세가 그렇고, 발라드 곡들도 있고요. 미리 미리 준비해 놓으면 또 노래할 기회가 오더라고요." 

 

▲ 박주희 "스타가 아닌 게 제겐 기회에요. 저는 연예인이 아니라 가수입니다" [그루벤터 제공]


그렇게 18년을 달려왔다. 빅스타든 무명이든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 중간 즈음에서 빅스타의 자리가 손끝에 닿을 것도 같은데 도달하지 않는 상황도 굉장한 마인드 컨트롤을 요한다. 어떤 자세로 이 18년을 보내 왔을까.

"저는 그게 오히려 더 기회라고 생각해요."

스타에 자리에 오르지 않은 게 가수 박주희에게 기회다? 이게 무슨 반어법인가 싶어 멀뚱멀뚱 바라보니 방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많이 알려졌으면 18년 동안 얼마나 식상하겠어요. 저도, 관객도요. 제가 인기가수는 아니어도 제 노래 많이 아세요. 100%는 아니어도 가사도 아시고요. 그게 저한테 큰 힘이 되죠. 그런데 또 100%는 아니니까 저를 또 달리게 해요. 더 많은 분들이 저는 몰라도 제 노래를 알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이미 아시는 분들께는 새로운 히트곡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거죠. 가요계에 18년 있으면서도 늘 새롭게 다시 도전할 목표가 있다는 게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 이루지 못 했기에 18년을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 시간 덕에, 이러다 정말 누구나 알아보는 스타가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마인드는 돼 있지 않은가 싶고요(웃음). 이게 제게 기회인 거예요. 기회는 무궁 무궁하다고 생각해요. 50이 되든 60이 되든 때는 오지 않겠어요?"

"저를 버티게 한 가장 큰 힘은 연예인에 대한 큰 기대와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가수를 분류하다 보니 연예인인 것이지, 무작정 노래를 하는 가수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꾸준히 무대에 서고 계속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의 큰 위안과 만족을 얻은 거예요. 소속사에서 '이제 그런 것(인기 등) 좀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 말씀하시곤 해요. 그럼 제가 '다음 목표는 누구나 알아보는 스타로 해 볼게, 관심 가져 볼게'라고 답하죠. 그래도 제게 가장 좋은 건 제가 노래할 수 있고, 노래를 부를 무대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 순수한 에너지를 내뿜는 가수 박주희 "슬럼프요? 매일매일이 슬럼프죠" [그루벤터 제공]


얘기를 들을수록 가수 박주희에게는 뜨겁다는 말보다는 순수한 에너지라는 말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이기보다 가수의 길을 사랑하는 박주희, 그래도 한결 같기는 쉽지 않다. 슬럼프가 없었을까?

"슬럼프요? 매일매일 오죠. 노래가 안 되면 '이래서야 가수로 노래할 수 있을까. 때려치워? 말아?' 고민하죠. (웃음)근데 모든 사람들이 진짜로 사표를 실천하지는 않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신인이 더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는 일, 아주 흔해요. 그럼 18년 동안 노래한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이 왜 안 들겠어요. 이걸 왜 선택했을까, 순간마다 들지만 그래도 전 노래하는 게,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좋아요. 노래할 때 제가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무대 내려와서 추리닝 입고 있으면 그냥 평범한 나잖아요."

맞다, 신인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일 흔하다. 가요시장 자체가 아이돌그룹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다. 무서운 실력을 지닌 신인들도 제법 있다. 서두에 밝혔듯 '복면가왕'에서 18년차 가수 박주희를 누른 건 7년차 후배 손승연이었다. 당시 '고음반 저음반 아수라백작'으로 출연했던 박주희는 1라운드에서 손승연과 함께 빅마마의 노래 '거부'를 불렀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마치 원래부터 한 팀이었던 것 같은 완벽한 노래의 음원을 많은 이들이 다운로드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2라운드로 진출할 수는 없는 일, 누군가는 떨어져야 했다. 박주희는 탈락 후 솔로 무대로 임정희의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를 불렀다. 그 또한 대단한 무대였고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성대천하 유아독존 동방불패' 손승연은 거침없이 8연승을 기록했다. 

 

▲ 복면가왕 출연 후 모든 댓글을 읽었다는 가수 박주희 "선플 세례 감사해요" [그루벤터 제공]


사실 실력파 가수의 탈락보다 대중을 놀라게 했던 것은 '고음반 저음반 아수라백작'의 정체가 트로트가수 박주희라는 사실이었다. 흔히 말하는 '뽕기'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창법, 발라더나 로커라고 예상되던 상황에서 밝혀진 진실에 스튜디오의 전문가평가단이나 시민평가단 못지않게 TV로 지켜본 시청자들도 크게 놀랐다. 그 충격은 블로그나 SNS를 통해 표출됐다. 당사자가 아닌 기자도 안타까운 탈락인데 본인은 아쉽지 않을까. 가왕급 실력을 지닌 만큼 재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하, 이것도 (첫 질문처럼) 지금에야 생각해 보는 거네요. 다시 나간다...(뜸을 들인 끝에) 손승연이 아니면 나갈 만하네요, 하하하. 또 다른 장르의 것을 도전한다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으니까요. 다만 처음 복면했을 때와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지난번엔 두려웠어요, 가왕이고 뭐고 간에 복면을 쓰니까 무척 긴장되더라고요."

"노래 '거부'를 줬을 때 상대가 고수라는 걸 짐작했죠. 노래를 듣곤 손승연이라는 걸 알아버렸어요. 노래 부르는 순간 다른 건 없었어요. '거부' 음원이 이 친구랑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서 손색이 없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가 하나였고요. 가면 벗고 그 다음 노래는 제대로 부르자 생각했어요. 그 둘뿐이었어요. 음원이 잘 나오기를,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기를. 딱 고만큼은 이뤄진 것 같고요. 손승연이 아니면 우승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은 덤이랄까요."

"시청자 분들이 달아 주신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봤어요. 댓글을 너무, 잘해주신 거예요. 좋게 평가해 주시니까 되레 '왜 내가 연습한대로 안 됐을까' '어떻게 이 노래를 듣고 이렇게 좋아해주셨나'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나가실 거예요?)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니, 그럼 그 힘 믿고 해볼 만하다?(웃음)." 

 

▲ 천생 가수 박주희 "트로트가수, 할수록 잘했다 싶어요 자, 함께 행복해 볼까요!" [그루벤터 제공]


'고음반 저음반 아수라백작'의 정체가 트로트가수라는 게 반전일 수 있는 현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작용하지만 트로트가수에 대한 하시도 조금은 포함돼 있다. 트로트 4대 천황이라 불리는 현철,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의 가창실력이 익히 알려졌음에도 흔히 발라더나 로커의 가창력에 더 후한 평가를 보낸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트로트가수였던 박주희, 트로트가수인 게 아쉬운 적은 없었을까.

"오히려 시작할 때 그 생각이 많았고요, 활동할수록 트로트가수 하길 잘했다 절감합니다. 저는 노래하는 게 좋았던 건데 댄스가수 했으면 (반주와 노래가 모두 녹음된) AR 틀고 노래하는 인형이 되지 않았을까요. 내가 노래를 잘하든 못 하든 라이브로, '관객 한 소절, 나 한 소절' 부를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자, 모였으니까 다 같이 부르면서 같이 행복해 볼까요, 즐겁게 가 봐요~' 하는 에너지의 교류가 있거든요. 같이 노래하는 행복감, 그 어느 장르에서 느낄 수 있을까요. 스타가 되지 않아도 좋아요. 실제로 판때기 하나 세워놓고 하는 무대도 있어요, 뭐 어때요? 같이 하면 된다, 즐기면 된다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트로트가수에겐 (재래)시장에서도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너무 좋아요. 미디어가 그 현장을 반영해주지 못 하는 것일 뿐, 그 현장에는 아이돌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 가수가 있어요. 정말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어떤 가수든 이 가수가 정성스럽게 노래하면 비록 모르는 가수여도, 신인이어도 공감해주신단 말예요. 저는 할머니들이 나와서 춤추시는 것, 관객들이 무대 올라와 춤추는 것, 너~무 좋아요. 제가 그 순간 행복감을 드린 거고 저도 같이 행복하니까요."

그야말로 우문현답이다. 예민할 수 있는 질문에 현장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답을 돌려주니 고마웠다. 트로트가수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박주희의 도전은 노래 외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박주희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고 영화 '플레이어'에는 OST 가수뿐 아니라 주연배우로도 참여했다. 

 

▲ 목은정 디자이너와 함께 중국 패션쇼 무대에 선 박주희(오른쪽) [그루벤터 제공]


"음악이 없으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 도전에는 늘 음악이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엔, 코마 상태에 빠진 아이가 음악으로 깨어날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어요, 가수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배우겠구나 싶었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연기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패션쇼에서도 노래하는데요, 음악은 노래뿐 아니라 제스추어나 춤으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음악과 함께 패션을 보태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세계인에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국에, 또 중국에 갔어요. 이렇게 패션쇼나 영화, 또 다른 장르를 통해 음악을 표현할 수 있으면 전 너무 좋아요. 기존에 알지 못 했던 음악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음악이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구나! 뭔가를 새로이 배운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싶어요."

옆에서 입을 꼭 다물고 듣기만 하던 박주희의 소속사 그루벤터의 김그루 대표가 거들었다.

"주희씨가 선택하는 일에는 늘 대의명분이 있더라고요. 한복 패션쇼는 우리의 아리랑을 새로운 형식으로 소개한다는 명분, 작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은 우리의 근대가요를 널리 알려보자는 취지가 있었어요. 처음 저와 일하게 됐을 때 '힐링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생각이 너무 좋아 시작하게 됐죠." 

 

▲ 작사 작곡에도 재능을 지닌 박주희 "곡은 정성을 들이면 보답을 해줍니다" [그루벤터 제공]


가수 박주희에게는 히트곡이 꽤 있다. '자기야'와 '왜 가니' '오빠야'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그대 가는 길' '비나리' '바람과의 약속' 등은 짙은 감성의 명곡이다.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도 있다. '섹시하게' '사랑의 아리랑'을 통해 실력을 뽐냈다. 사실, 조선대 법학과를 다니며 학교에서 성적순으로 입실시키는 사법고시 준비반에 들어가 실제로 공부하다 졸도할 만큼 열심이었던 박주희를 가수로 만든 오디션 데모테이프에도 'fly'라는 자작곡이 들어있었다.

"원래부터 가수를 하게 되면 내 곡을 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3집 앨범을 어렵게 준비하면서 어느 누구한테 앨범 낸다고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편곡자께 드렸어요. '제대로 쓴 게 맞아요?' 물었더니 너무 좋대요, 고칠 게 없다는 거예요. '그냥 하면 돼, 우리가 편곡만 하면 돼'라고 말씀해 주시니 용기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사랑아'도 작사 작곡했는데, 이건 더 완벽한 거예요(웃음). 편곡자한테 '맘껏 고쳐도 돼, 누나 그런 거 상관 안 해'했는데 손댈 데가 없다는 거예요, 하하하. '사랑의 아리랑'은 작사만 제가 했고요."

"솔직히 제가 잘해서 작사나 작곡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단지 내가 원하는 곡을 내가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인 거죠. 돈도 절약하고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곡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일, 그런 곡엔 에너지가 많이 쓰여요, 애착도 많이 가고요. 또 그런 곡은 당장 그때는 아니더라도 결국 기회를 만나서 좋게 쓰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어떤 건 인기, 어떤 노래는 사랑을 받게 해 준달까, 곡마다 제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곡은 정성을 들이면 꼭 보답을 해 줍니다." 

 

▲ 박주희를 보며 다시 뛰어볼 마음이 들었다는 관객 말씀에 노래하는 보람을 느껴요! [그루벤터 제공]


노래마다 정성들이지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노래는 '자기야'다. 대명사처럼 돼버린 노래. 가수 박주희에게 '자기야'는 넘어서야 할 대상일까, 누리고 싶은 영광일까.

"저는 좋은데요~. 제 얼굴을 몰라도, 박주희가 부른 걸 몰라도,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자기야'를 부르고 즐거워하신다면 만족해요. 물론 또 다른 좋은 곡으로 또 다른 행복감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바심은 없어요.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고요. 이 노래 듣겠다고 초대해주시는 분들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해요. 일생일대의 기쁜 일이에요. 설사 이게 내 인생의 유일한 곡으로 끝난다 해도 만족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곡, 여러분께 에너지와 열정 드릴 수 있는 곡이 또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10년, 20년 후에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한 내용을 지우고 지웠는데도 어느새 원고지 50매가 돼 간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자 기자가 감동 받았던 답변, 가수 박주희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끝을 맺을까 한다.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수미쌍관, 어쩌면 첫 번째 질문과 같은 질문일 수도 있겠다. 인생은 돌고 돌아 제자리,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이 사람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고 신난다! 힘이 난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저의 팬이신 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어디가 아프거나 사는 게 힘들거나 해서 공연장에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오게 됐다는 거예요. 근데 '내가 발을 까딱까딱 맞추고 있더라, 힘이 나더라, 그래서 인터넷으로 노래랑 영상 찾아보게 되고 다시 공연장 가게 되더라' 말씀 주시는 분이 많아요. 제게 힘을 주는 탁월한 능력이 있나 봐요, 하하. 이분들이 생활하시는 데에 2% 힘이 되어 드리면 좋잖아요."

"한 번은 시커먼 양복을 입은 분이 분장실로 찾아오셔서는 울먹울먹하시는 거예요. 오늘 회사에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만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 어쩌다 이 업소를 오게 됐는데, 박주희가 노래하고 춤추는 거 보면서 자신의 20대가 생각나셨대요. 격렬하게 춤추고 노래하다 호흡이 가빠지면 '이러다 나 죽는 거 아냐' 생각할 때가 있는데 관객도 그걸 공감하시더라고요. 그 신사 분 역시, 저 가수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다시 한 번 뛰어볼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저는 정말 감사해요, 노래할 보람을 느껴요. '다시 할 수 있겠다, 이런 마음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면 가수로 사는 의미, 저는 충분합니다."

 

▲ 나만의 자기야, 우리들의 자기야 '가수 박주희'의 내일을 응원하며... [그루벤터 제공]


(박주희) "아, 첫 번째 답과 너무 똑같은가요?"
(기자) "아니, 너무 좋은데요."
(박주희)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가. 좀 더 간단하게,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게 답할게요(웃음)."

웃음이 참 많고 사랑은 더 많은 미소가 아름다운 가수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답변을 들었다. 정말 사람에게 힘을 주는 능력이 탁월한가 보다. 배고픔을 잊었고, 나도 한 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도 얻었다.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박주희가 진짜 나를 보고 불렀어, 진짜라니까'. 저는 한 분만 바라보며 노래하지 않았는데 들으신 분들은 서로가 나만 봤다고 느끼셨다는 거예요. 전율이 일었어요. 모든 분들에겐 자신이 박주희의 자기야인 거죠. 박주희는 나만 바라보는 나만의 자기다! 누군가의 영원한 자기야가 되는 것도 좋겠다, 결심했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나 자기야로 불려요, '저기 자기야 간다' '자기야~~'. 그래서 나의 자기야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노래에 자기야가 18번 나와요, 저는 그 노래를 매일 부르고요. 하루에 저만큼 자기야~를 많이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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