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컸지만 금융위기는 아냐…수급·이익 피크아웃 겹쳤다"
"국채금리 5% 넘으면 위험"…연말 코스피 8000선 전망
"반도체 쏠림 벗어나야"…소부장·전력기기·광물자원 순 유망
이달 들어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낙폭 대비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이 투자 기회인가, 좀 더 관망해야 하나.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매크로팀 실장은 "지금 가장 위험한 판단은 팔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낙폭 과다 주식을 조금 올랐다고 매도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허 실장은 5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최근 증시 급락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진단했다. 허 실장이 예상하는 연말 코스피는 8000선이다. 삼전닉스에 대해선 "내년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급 폭락, 수급과 이익 피크아웃 겹쳤다"
허 실장은 최근 코스피 폭락에 대해 "6월 22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38%나 빠졌다. 금융위기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하락폭"이라며 "단순히 지나가는 여름 조정으로 보기에는 낙폭이 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급락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짚었다. 첫째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발 수급 왜곡이다. 그는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수급이 문제였다"고 봤다. 둘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2분기에 피크를 찍었을 가능성이다. 그는 "AI 생태계 내 출혈 경쟁이 그 배경"이라며 "이번 조정으로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지는 않지만, 재상승까지는 짧으면 한 분기, 길면 하반기 내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실장은 "AI 생태계가 끝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내년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대통령 집권 3년차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전닉스 8~9월은 오른다…전고점 회복은 내년"
반도체 대장주 흐름에 대해 허 실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8월에 오르고 9월까지도 오를 것"이라면서도 "38만 원 대였던 삼성전자 전고점 회복은 올해보다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랠리가 주춤한 이유로 AI 데이터센터의 '토큰당 지불 비용' 데이터를 들었다. 그는 "6월 초 이후 토큰당 지불 비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토큰 사용량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AI 사용량이 캐파(가동 한계)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애플 등 빅테크가 메모리 가격 인상에 반발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그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봤다. '제본스의 역설'을 언급하며 "효율이 좋아지고 가격이 내려가면 AI 사용량 자체가 늘어나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빅테크의 내년 설비투자(CAPEX·Capital Expenditure) 증가율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캐펙스는 금액 자체는 늘지만 증가율은 꺾인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규모보다 증가율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관건…4.7% 박스권, 5% 넘으면 위험"
거시 변수로는 미국 국채금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빅테크가 회사채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고, 오라클은 투자등급 최하단까지 신용등급이 내려갔다"며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이들의 AI 투자 지속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으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현재 4.7% 수준에서 연말까지는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 다만 중동 전쟁 리스크가 해소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레버리지 ETF발 수급 왜곡에 대해서는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비중이 평균 60%에 육박하고 하이닉스는 120%까지 갔었다"며 "유럽·미국은 20~30%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ETF발 수급 왜곡은 해소됐다"면서 "혹독한 웩더독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학습효과로 되풀이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금 파는 게 가장 위험한 선택"
개인투자자를 향해서는 "지금 팔고 나가는 게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많이 빠졌기 때문에 지금 파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회복된 뒤 파는 게 낫다"며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할 때까지는 반등 기대감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 고점, 즉 삼성전자 38만 원대·하이닉스 300만 원대 부근에서 진입한 투자자라면 "연내 낙폭을 다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연말 코스피 목표로는 "9300선 회복은 어렵겠지만 8000선 정도는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다만 "하반기는 상반기처럼 반도체 쏠림의 강한 랠리보다는, 여러 업종에 골고루 퍼지는 완만한 회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이후엔 소부장·전력기기·광물…2차전지는 내년"
반도체 다음 유망 업종으로는 우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이 가격보다는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소부장 업체들의 내년 실적이 오히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전력기기·기계류와 조선·방산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에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조선은 모멘텀은 약하지만 주가가 많이 빠져 밸류에이션이 싸고, 중동산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수요 증가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구리·리튬 등 광물·자원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저장장치에 필수적인 원자재라는 이유에서다. 2차전지에 대해서는 "이익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하는 국면이라 올해~내년 기준으로 기회가 있다"면서도, 회복 속도가 더뎌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로보틱스 관련 자동차 부품주는 "본격적인 실적 반영까지는 내후년은 봐야 한다"며 우선순위를 가장 뒤에 뒀다.
허 실장은 마지막으로 "펀더멘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번 폭락은 수급과 이익 피크아웃, AI 출혈경쟁이 겹친 결과"라며 "반등 이후에는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 소부장·조선방산·기계류·광물자원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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