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라드 "김정은, 트럼프 압도해"

강혜영 / 2019-02-28 18:50:23
"트럼프, 비핵화에 대한 전략도 전술도 없이 덤벼"
"김위원장, 美대통령 만난 최초 전략적인 北지도자"

2차 북미정상회담의 첫째 날인 27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를 만났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준비된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어떠한 준비나 전략도 없다는 것이다. 큰 성과도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 하루 뒤인 28일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됐다는 소식이 하노이에서 전해졌다.

 

UPI뉴스는 회담 결렬 전날의 인터뷰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한다.

 

▲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2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은 회담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트럼프는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원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단하다.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일을 다 보지 않았냐. 결과는 명확하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준비를 철저히 했고 명확한 목표와 뚜렷한 전략이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노이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염려된다.

 

김 위원장이 준비하는 과정을 다 지켜보지 않았느냐. 사전에 중국과도 대화했고, 그를 돕는 여러 명의 선임 고문들이랑 함께 왔다. 회담장에 들어서는 순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합의하기를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에 대한 이상한 트윗만 연달아 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회담장 자리에 앉기도 전에 김 위원장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Kim Jong Un is dancing rings around Trump)."

-트럼프의 전략을 평가한다면


"이제 더 이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전략이 없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고서와 트윗을 전부 읽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작년에 명시한 목표들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만약 '비핵화 달성 목표에 더 가까워졌는가'를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아니다'고 답할 것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목표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진척이 없다. 아직도 북한이 어떤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리스트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를 폐기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굉장히 주도면밀하게 이런 것들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대화하기를 원치 않는다."

-김정은이 저평가됐다는 얘기를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젊고, 경험이 없고, 어리석다는 일각의 평가는 심각한 착오다. 젊은 것은 사실이나 김 위원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경험이 많거나, 좋은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 위원장은 성공적인 전략을 개발했고 적용해왔다. 가진 카드를 매우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다. 김정은 미치지 않았고 멍청하지 않다. 그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a force to be reckoned with)."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선, 김정은의 입장에서 핵 프로그램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로 미국 공격을 방지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국내 입지를 공고히 해줬으며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도 성사되게 해줬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만난 최초의 북한 지도자가 됐다.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그래서 핵을 포기하려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의 이익보다 포기하는 것의 이익이 크다고 설득해야 한다. 아니면 핵무기를 지닌 것의 손실이 그렇지 않은 것의 손실보다 크다는 것을 납득 시켜야 한다. 가능하지만, 그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핵무기 리스트 제출은 필수적인가


"그렇다. 과거 6자회담에서 로드맵으로 제시됐던 내용이다. 핵무기가 애초에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리스트 제공을 굉장히 꺼리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미국이 표적 목표를 요구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목표를 사용하려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리스트를 제공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핵 리스트 제출에 대한 합의는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능성이 아주 작다. 그러나 리스트 없이는 비핵화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가 2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북 간의 긴장 관계를 줄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담이 결국에 통일로 이뤄질지는 모르겠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지 통일 과정은 굉장히 길고 어렵다. 비핵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두 개의 트랙이 연관은 돼 있지만, 비핵화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하는 것처럼 북한에 많은 돈을 제공한다면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식량이나 도로 건설에 쓰인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기 생산에 쓰이는 것을 지켜 봐왔다."

-북한이 국제 사회로 다시 편입될 수 있을까


"아주 좋은 질문이다. 솔직한 대답은 '모른다'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북한이 국제 사회로 편입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에는 미국, 한국 등이 도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대화를 하는 등 아웃리치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뿐이라고 생각한다."

에버라드 대사는 2006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평양주재 영국 대사로 근무했다. 그는 2012년 평양에서의 생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저서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가 본 평양의 모습은 어땠을까.

-평양 생활에 대해 말해달라


"돈이 있으면 평양은 사실 살기 나쁜 곳은 아니다. 사고 싶은 것을 거의 다 살 수 있고, 좋은 음식점도 많고 밖에 앉아서 커피도 마실 곳도 있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곳이다. 서울보다 공기도 맑다. 서울은 큰 도시이고 공기가 많이 오염됐지만, 평양은 경제가 거의 멈춰있는 곳이라 대기 질이 훨씬 더 좋다. 밤에 별을 볼 수 있고 도시 중심부에서도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서울에서 새소리를 들은 적이 있냐.


북한 사람들과 살면서는 느낀 것은 그들이 리스크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신중하다. 그런데 신뢰를 쌓으면 좋은 친구가 되곤 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대사를 지내면 정부 관계자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 대사를 만나는 것을 훨씬 더 조심스러워 한다. 위험할 수도 있다. 혼자서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국가 비밀 누설죄로 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해진 대본대로만 말할 때도 자주 있다. 굉장히 다른 환경이다."

-평양에 외국 대사가 파견되는 것의 이점은 무엇인가


"평양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창문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고 평양을 볼 수 있고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최초로 접할 수 있다. 또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소통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곤 했다. 북한 측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북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들을 해줄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효율적이다. 공식적인 메시지를 북한 정부에 하면 전달이 되고, 윗선까지 읽는다. 그래서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 주변국들의 생각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평양에서는 중국 대사관이나 러시아 대사관에 가서 물어보면 된다. 해외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에 비해 한반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수월하다."

-책에 북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던데


"남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닮았다. 친절하며 잘 웃고,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도 그렇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계속 대화를 나눌 수 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들도 한국의 5000년 역사의 후손이다. 예의 바르고 자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염려도 많다. 차이가 있다면 북한이 훨씬 더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최근 몇 세기간 굉장히 많이 변했다. 북한 사람들의 말투나 태도는 남한의 할아버지 세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격식 있는 표현을 많이 쓴다. 남녀 역할도 확실히 구분 짓는다. 한국에서는 경계가 많이 흐려진 것 같다. 위계질서도 강하다. 북한 사회적인 계급에 대한 생각이 많다. 어느 계급에 있는지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한다. 한국의 1930~40년대 기록을 보면 북한은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큰 혁명이 없는 상태다. 그래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이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만큼 중요한 것이 남한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아는 것으로 생각한다." 

 

▲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가 2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북의 통일관이 다르다는 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북한 일반인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지지도가 남한보다 훨씬 더 높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은 비용 측면 때문에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다. 북한이 다른 나라가 됐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다. 북한 사람들은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더 보수적이다. 그들에게는 열린 사회, 표현의 자유, 의견의 다양성, 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 등의 개념이 낯설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독재정권 하에서 남한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통일과 한국다움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한국 사람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국력, 단일 민족과 순수 혈통, 지도자에 대한 충성 등의 개념과 연관 짓곤 한다. 남한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개념들이지만, 구시대적인 것들이다. 지금은 잘 얘기하지 않는 것들이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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