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플라스틱신(神)과 싸워 이겨야 하는 이유

임종호 / 2019-04-08 13:54:37
덤프트럭 한 대 분량 매일 바다로 흘러 들어
인류의 미래 위한 예방 조치는 차고 넘쳐야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지 인간이 신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화두가 있다. 논쟁은 차치하고 다른 의미에서 인간이 신을 창조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신은 죽지 않고 어디든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스틱은 이제 신(神)이 됐다. 

 

▲ 임종호 미디어 국장
인류는 약 150여 년 전 플라스틱을 처음 만들었다. 처음에는 식물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들다가 나중엔 화학 물질을 합성했다. 플라스틱 신은 그렇게 탄생했다.


신의 출발은 축복과 은혜였다. 인류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더 싸고 가볍고 견고하게 제품을 만들었다. 그만큼 풍요로워졌다. 


신은 무작정 은혜만 내리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는 땅속에 묻은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엔 그저 골칫거리라 생각했다. 과학을 추종하는 일부 선지자들은 서서히 '심판의 날'을 예언하기 시작했다. 재앙의 신이 된 플라스틱은 도둑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한 플라스틱 제품은 약 90억 톤에 달한다. 매일 버려지는 빨대만 5억 개. 천문학적 수치다. 해마다 800만 톤가량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1분마다 덤프트럭 1대 분량이 바다로 던져지는 셈이다. 


바다를 표류하던 플라스틱은 결국 거대한 섬이 된다. 대양에 생긴 흉물스러운 섬만 대여섯 개다. 이들 섬은 한반도 면적의 3배다. 일부 플라스틱은 북극까지 여행한다. 


섬은 눈에라도 띄니 다행이다. 해법이라도 궁리할 수 있으니까. 치약이나 화장품, 바디워시 등에서 나온 1mm 이하의 마이크로비즈는 아예 '사신(死神)'이라 불러야 한다. 바닷물이나 공기 속에 몸을 숨기면 볼 수도 없다. 애꿎은 플랑크톤은 이것을 먹이로 착각해 집어삼킨다. 이 미세 플라스틱은 이제 먹이사슬을 따라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바닷물고기의 18%가량은 체내에 플라스틱을 품고 있다. 식탁에 오르는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플라스틱 생선'이라는 뜻이다. 식탁에 오른 사신은 창조주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안내한다.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백 년이다.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구원은 없는가. 신은 함부로 심판의 날을 준비하지 않는다. 다만 기회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해외 여러 나라는 이미 재앙을 피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생산설비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하고 있다. 시민은 시장바구니나 텀블러 사용을 습관화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당국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제한 정책을 폈지만, 준비 부족과 낮은 시민의식에 혼선은 피할 수 없었다. 우리의 현실은 플라스틱 대란을 쉽게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큰 재앙이나 사고 이전에는 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 있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면 놓쳐서는 안 된다. 


차고 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다. 모든 준비나 조치는 차고 넘쳐야 한다. 국가를 넘어 인류의 존폐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오늘 손에 쥔 일회용품이 우리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KPI뉴스 / 임종호 기자 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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