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등기임원에겐 퇴직금 1원도 줄 수 없다" 거절
근로자라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 퇴직금(또는 퇴직연금)이란 걸 받는다.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전이 퇴직금이다. 계약직·일용직도 해당한다. 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퇴직 근로자에 대한 금전 보상이다. 미지급시 임금체불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상무, 전무 등 임원들도 해당할까. 오너가 아닌 한 월급쟁이인 만큼 퇴직금을 받는 게 상식적이고 실제 대개 받는다. 그러나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인사·노무 결정권을 쥔 임원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퇴직금을 놓고 퇴직 임원과 회사 간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임원과 '사용자성'을 강조하는 회사(오너) 간 퇴직금 전쟁이다. 수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A 씨가 그런 경우다. A 씨는 2001년 제법 규모가 되는 GA사 '케이에프지'(KFG) 창업멤버로 입사해 2019년 5월 전무(비등기이사)로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 회사 권고에 따른 사실상 해고였다. GA(General Agency)사란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 보험대리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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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픽사베이 |
A 씨는 당연히 퇴직금은 받을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회사는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다. A 씨는 결국 2020년 1월 퇴직금지급 소송전에 돌입했다. 비등기임원 기간인 2008년 1월~2019년 5월 근무 기간에 대한 근로자로서의 퇴직금(약 1억5000만 원) 지급 청구소송이었다.
수년간 이어진 소송전의 결과는 전부 패소였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A 씨를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사용자)으로 봤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모든 퇴직 임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이 있다. 그런데 '함정'이 있었다. 회사가 제출한 2015년 3월자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등기임원'만 해당한다는 문구가 삽입돼 있었다. 이 규정에 따라 비등기 임원인 A 씨는 지급대상도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A 씨는 "2008년 상무로 승진할 당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엔 등기, 비등기 구분이 없었다. 등기임원만 해당한다는 규정은 소송 중 처음 보는 규정"이라고 했다. "주주총회 안건에도 없었고 당연히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임의로 작성 제출된 문서"라는 게 A 씨 주장인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2008년 1월 이후 임원(경영진)으로 가족과 떨어진 지방근무 4년을 포함하여 약 12년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퇴직금 단 1원도 받지 못하고 소송비용만 수천만 원 부담한 상황"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래서 A 씨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현재 A 씨는 법원이 인정한 2015년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의 부칙조항 '본 규정 시행 이전에 선임된 임원도 본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에 의거해 2007년 이전의 등기임원 재직기간에 대해서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5년 이전 등기임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여러 사례를 증거로 제출도 했다. A 씨는 2007년까지 약 4년간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A 씨는 억울함과 함께 배신감을 토로했다. 현재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이며 절대적 지배주주인 K 씨는 대학 동창이다. 외부인이던 K 씨는 회사 주식을 매집해 대주주가 된 이후 "회사를 키워서 상장시키겠다", "순수한 투자자로 남을 것이다", "회사 경영을 A 씨에게 맡기겠다"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K 씨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런데 돌아온 건 해임 통보, 그리고 퇴직금 지급 거절이었다. 잇단 패소에도 A 씨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 대표는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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