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아파트 전국 176만 세대…"안전진단 완화되면 호가 오를 것"

유충현 기자 / 2023-12-26 17:46:59
"가격 오르면 재건축 사업성 더 떨어져"…실제 사업 활성화 효과에 의문도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 비판…"개발이익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해야"

정부가 30년 등 특정 연한을 넘긴 노후 주택에 대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 노후 아파트의 호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입주한 지 30년을 넘긴 아파트의 세대 수는 총 176만 세대다. 안전진단 통과가 아파트 재건축 여부를 결정짓는 첫번째 관문으로 거론되는 만큼 규제 완화로 노후 아파트 대부분의 재건축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보면 서울이 30년 이상 아파트 40만30007세대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경기(29만9920세대), 인천(15만4141세대), 부산(15만1260세대), 경남(12만5361세대), 대구(9만8165세대), 광주(7만1539세대), 대전(7만1194세대) 순이다. 

 

▲ 2023년 기준 시도별 입주경과 연한별 아파트 세대수. [직방 제공]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할 것 같다"며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아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을 내년 초쯤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되면 재건축 조합 설립이 지금보다 활발해지면서 단기적으로 노후 아파트의 호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소장은 "가치상승이 길게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결정 초기에는 원조합원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초기 지분가격이 오르면 해당 단지의 재건축 사업성은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거꾸로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 [뉴시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은 돈(사업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옛날과 달리 안전진단의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더라도 사업성에 따라 일부 단지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송 대표는 "과거에는 용적률 50% 저층 아파트를 헐고 250~300%짜리 아파트를 새로 짓다 보니 추진 자체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대체로 용적률이 180% 후반에서 200% 넘는 곳도 많아 이야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건설사들도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과거에 비해 크게 줄이는 상황이라 조합이 하고 싶어도 시공사들이 예전처럼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세밀한 논의 없이 갑자기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편으로는 '내 집 내가 헐고 새로 짓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할 수 있지만 사실 재개발·재건축은 공공자원인 용적률을 끌어다가 조합원이 개발이익을 누리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여기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진 사람이 공공의 자원을 사유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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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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