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 메이플자이 흥행에 가려진 청약한파…전국서 '미달 속출'

유충현 기자 / 2024-02-15 17:35:27
올해 모집단지 평균경쟁률 7.86대 1, '분상제' 빼면 1.97대 1
수도권 일부 단지만 수요자 몰려…지방선 1순위 '0명' 사례도
"분양가, 실수요자 눈높이 안 맞아…청약시장 부진 이어질 것"

전국의 신규분양 아파트 청약 성적이 여전히 저조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등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이는 일부 인기 단지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침체된 분위기가 완연하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모집공고가 이뤄진 전국 28개 단지 가운데 청약접수를 마감한 24곳의 평균경쟁률(순위합산)은 7.86대 1이다. 7973세대 공급에 6만2658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됐으니 표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부 단지의 청약 흥행에 따른 '착시효과'가 반영돼 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나 선명한 개발호재가 없는 단지에는 청약 미달 사례가 속출하는 중이다. 24개 단지 중 과반인 14개 단지(58.3%)가 공급세대를 채우지 못했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뉴시스]

 

청약 흥행에 성공한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지난 5~8일 청약을 진행한 '메이플자이'가 대표적이다. 81세대 모집에 3만5828개의 청약통장이 쏟아지며 4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 분양가가 17억3000~4200만원인 고가 단지인데도 주변 단지(약 20억원대) 대비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통했다.

 

지난달 22~24일 청약을 접수한 인천 '제일풍경채 검단3차'도 240세대 모집에 1만675명이 몰리며(경쟁률 44.5대 1) 분상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주변의 비슷한 면적대 아파트 시세 대비 2억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충남 공주시에서 분상제로 168가구를 공급한 '공주월송지구 경남아너스빌'도 8.0대 1의 좋은 성적을 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21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1.97대 1로 뚝 떨어진다. 그나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규·연장 노선 수혜지로 꼽히는 일부 단지가 가까스로 모집인원을 채웠다. 그마저도 경기 의정부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의 사례처럼 신규·연장 노선 발표 이전에 청약을 진행한 경우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 올해 전국 청약 미달세대 발생 단지(순위통합).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지방 상황은 더 심각했다. 충남 홍성의 '승원팰리체 시그니처'는 292세대 공급에서 1순위 접수가 한 명도 없었고 2순위에서도 고작 2명이 청약한 것이 전부다. 대구 '반고개역 푸르지오'도 239가구 모집에 단 8명이 청약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청약자를 찾지 못한 미달세대로는 전남 광양 '더샵 광양레이크센텀'이 500세대로 가장 많고 경기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이 430세대로 뒤를 이었다. 이어 △충남 홍성 '승원팰리체 시그니처'(290세대) △강릉 '유블레스 리센트'(185세대) △울산 'e편한세상 번영로 리더스포레(151세대) △부산 '테넌바움294'(146세대) 등에서 미달세대가 있었다.

 

청약 미달은 서울·수도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 수원 '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의 경우 84㎡ B형 42가구 공급에 총 37명(1순위 27명, 2순위 11명)이 청약하는 데 그쳐 4세대가 미달됐다. '사상 첫 1억 원대 분양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용산구 '포제스 한강' 213㎡(31세대) 1순위 청약자는 단 8명이었다. 2순위에서 정원을 채웠지만 체면을 구길 뻔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분상제 적용지역을 제외한 청약시장의 부진과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등 청약자가 이탈한 상황"이라며 "수요자들은 분상제 아파트처럼 가격경쟁력을 갖췄거나 안전마진이 확실한 쪽으로 선별적인 청약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분양가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어긋나 있지만, 그렇다고 분양가가 낮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원가는 토지비에 건축비를 더한 금액인데 둘 다 떨어지지 않는다"며 "분상제 적용 단지를 제외하면 실수요자에게 분양가가 매력적이지 않다 보니 과거와 같은 청약열풍이 재현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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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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