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 단지에서도 역전세 우려 세대 많아
"'영끌 갭투자자' 외통수"…역전세 계속되면 매매시장에도 영향
앞으로 6개월 내 역전세 발생이 우려되는 아파트가 10만 가구에 이른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현 수준의 전세가격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재계약 시 2년 전 계약 대비 하락한 전세금 규모는 8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일각에서 나온 '역전세난 우려는 일단락됐다'는 관측과는 상반되는 데이터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리치고'의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데이터를 보면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전국에서 8조2702억 원의 전세보증금 역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시점의 전세가격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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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실거래가를 통해 나타낸 월별 역전세 위험도. [리치고 제공] |
역전세란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 시세가 기존 계약의 보증금보다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은 새 임차인을 구해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이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모두 반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전 계약 대비 반환해야 할 전세보증금을 월별로 보면 올해 10월에만 1조5900억 원이다. 연말까지 11월 1조3800억 원, 12월 1조5000억 원 등 반환금액이 꾸준히 이어진다. 내년에도 1~3월에 각각 약 1조3000억 원 씩의 전세보증금 차액이 발생할 전망이다.
가구수 기준으로는 전국 아파트 10만7840세대에서 역전세 위험이 감지됐다. 경기도와 서울이 각각 3만4270세대 및 1만8606세대로 역전세 위험 세대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인천(8115세대), 경남(6523세대), 부산(6353세대), 대구(5299세대) 순이다.
시군구별 역전세 위험 세대는 경기 화성시가 2353세대로 가장 많았고, 인천 서구가 2160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 남양주(2046세대)와 세종시(2020세대)에서도 2000세대를 넘겼다. 이 밖에 서울 강남구(1779세대), 인천 연수구(1734세대), 충남 천안 서북구(1656세대), 경남 김해시(1621세대), 서울 노원구(1620세대) 등에서 역전세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반환이 예상되는 전세보증금 규모는 서울 '강남 3구'에서 가장 컸다. 서울 강남구가 3623억 원, 서울 서초구가 2426억 원, 서울 송파구가 2346억 원이다. 이어 인천 연수구(2116억 원), 경기 화성시(1891억 원), 경기 남양주시(1685억 원), 수원 영통구(1613억 원), 인천 서구(1479억 원), 경기 용인시 기흥구(1432억 원), 경기 성남시 분당구(1363억 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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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세 발생 위험 세대수 상위 10개 시군구. [리치고 제공] |
개별 단지 중에는 △충남 아산 '배방삼정그린코아'(162호)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136호) △창원 성산 '토월그랜드타운'(134호) △부산 남구 '대연롯데캐슬레전드'(125호) △경기 고양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119호) △서울 마포 '성산시영'(116호) △아산 '탕정삼성트라팰리스'(114호) △경기 안성 '주은풍림'(103호)·'주은청설'(101호) △서울 송파 '파크리오(100호)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역전세 발생 우려가 높은 아파트 단지 중에는 서울 강남구, 송파구, 마포구 등 이른바 '상급지'에 속한 곳이 많았다. 이 가운데서도 송파구 '헬리오시티', '파크리오', '리센츠'(82세대) 등 유명 아파트 단지가 역전세 위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점이 눈에 띈다.
노원구의 '미륭·미성·삼호 3차'(78세대)와 '상계주공6단지'(72세대), 강동구의 '고덕그라시움'(98세대), '고덕아르테온(79세대) 등 전국 상위 30개 단지 중 서울에 위치한 곳이 9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역전세 세대도 82세대로 달해 전국에서 18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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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세 발생 위험 세대수 상위 10개 아파트단지. [리치고 제공] |
최근 시장 일각에서는 전세가 상승을 근거로 '역전세 우려는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 같은 수치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몇달간 전세가격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가격이 높았던 2021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이달 1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7.9다. 저점이었던 6월(87.0)과 비교하면 1% 오른 데 불과하다. 반면 2년 전인 2021년 10월 18일(103.1)과 비교하면 14.7% 하락했고, 고점이었던 2022년 1~2월(104.5)와 비교하면 15.8% 떨어진 상태다.
전세가격이 급등해 고점 수준을 회복한다면 역전세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을 수 겠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역전세는 현재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현상이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작년 이후로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훨씬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국민소득이나 주택구입부담지수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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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가격지수 추이. [한국부동산원] |
현 상황이 장기화하는 경우 일부 집주인들이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반포동 '아크로리버'의 경우 2년 전 전세가가 24~25억까지 갔지만, 현재 호가 15~17억 원 선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9~12억 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인데, 쉽지 않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돈으로 차액을 반환하겠지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끌어서 '갭투자'를 했던 경우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는 것 외에 답이 없는데,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역전세 현상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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