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안전하다던 '서울 아파트'도 고금리·경기침체 장기화 못 견뎌
"저금리 시대 무리한 투자가 매물로 나와…일시적 현상 그치지 않을 것"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았던 '서울 아파트' 경매 매물로 나온 사례가 대폭 증가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매물도 증가세가 가팔라 눈길을 끈다.
23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는 216건이다. 이는 2016년 6월(248건) 이후 7년 4개월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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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이후 월별 서울 지역 아파트 및 '강남 3구'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 추이. [지지옥션 제공] |
서울 지역의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 증가 속도는 전체 주거시설의 경매건수에 비해 가파르다. 올 들어 주거시설 경매건수가 47.4% 증가하는 동안, 아파트 경매건수는 61.2%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주거시설 경매가 124.4%, 아파트 경매가 222.4% 급증했다. 1년 전에는 서울 전체 주거시설 경매 중 아파트 비중이 12.6%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18.1%를 기록했다. 주택경매 5건 중 1건은 아파트였다는 이야기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서울 내에서도 '최상급지'로 손꼽히는 강남 3구에서조차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남 3구의 아파트 경매건수는 10건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33건으로 1년 전보다 2.75배 늘었다.
일반적으로 주택 경매 진행건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반비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것은 집주인이 금융기관 등 채권자에게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가 위축되면 신규경매와 유찰횟수가 늘면서 경매 진행건수가 늘고, 반대로 시장이 활황일 때는 경매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는 취약지역부터 무너진다. 가치가 높은 아파트일수록 매도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경매로까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시장이 한풀 꺾이자 다세대·연립주택과 지방 주택의 경매물건이 증가하긴 했지만, '서울 아파트'만큼은 견고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길이 울타리를 넘는 모습이다.
이는 장기화된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제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워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장기침체로 들어서다 보니 저금리 시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한 분들이 샀던 매물이 경매로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급 주거지역으로 명성이 높은 '강남 3구'의 아파트 경매가 많아진 것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험상 '강남 3구'에서 나오는 경매는 단순히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서 나온 사례가 많지 않다"며 "주택 소유주가 사업을 하다가 자금 문제를 맞게 되는 등의 상황이 주택 쪽으로 옮겨 온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특례보금자리론 대환대출 등을 받아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아직 충분히 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위원도 "고금리 기조의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주택 경매 진행건수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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