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 너무 높아”…은행 대출로 쏠리는 기업들

안재성 기자 / 2023-11-13 17:40:42
국채·회사채 금리차 커져…우량·비우량채 양극화도 ‘극심’
“기업들, 시장서 자금 조달 어려워지니 기댈 곳은 은행뿐”

최근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시장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채권 발행규모는 68조1000억 원으로 전월(75조4600억 원) 대비 7조3600억 원 줄었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8조1000억 원에서 4조7000억 원으로 42.0% 급감한 영향이 컸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부담에 짓눌린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9월까지 연 4%대 중반에서 형성되던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A-) 금리는 10월 말 연 4.91%까지 솟구쳤다.

 

크레디트 스프레드(3년물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도 벌어졌다. 9월 말 0.77%포인트였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 0.82%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달 들어서도 0.82~0.85%포인트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져 자금조달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회사채 금리가 고공비행하면서 이자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진 기업들이 시장 대신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량과 비우량 회사채 간 격차도 크다.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년물 회사채 AA- 등급과 A+ 등급 간 금리차는 0.62%포인트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0.15%포인트 수준이던 우량·비우량 회사채 간 금리차는 작년 말부터 벌어지기 시작해 올해 2월 0.7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후 지금까지 0.6~0.7%포인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한진해운이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2017년 2월(0.72%포인트)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용등급 A+인 기업이 이렇게 비싼 이자를 내야 한다면, 그보다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금리가 높은 배경에 대해 “경기침체로 시장에서 기업 실적과 재정건전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온기가 아래로 퍼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비우량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고공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3160억 원으로 전월(756조3309억 원)보다 7조9851억 원 늘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4조3586억 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조6265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새 기업의 대출 신청이 증가세”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주력하길 원하는 눈치라 은행도 기업대출을 적극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기업은 금리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회사채 발행에 비해 은행 대출은 절차가 훨씬 더 까다롭다. 또 회사채 투자자보다 은행이 요구하는 정보도 더 많다.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은행에 회사 장부를 열어줘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 후에도 은행에는 매달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만기 시 원리금을 동시에 갚으면 되는 회사채보다 현금흐름에 불리하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지고 겨우 발행해도 금리가 너무 높아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양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은 대기업이 연 3%대, 중소기업도 연 4~5%대로 가능하다”며 “대기업이 연 4~5%, 중소기업은 연 7~8% 수준이나 그 이상까지 부담해야 하는 회사채보다 훨씬 더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가 부진하니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라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뛰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13%)은 0.01%포인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5%)은 0.06%포인트 상승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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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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