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에도 ‘개미’ 불만…“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해야”

안재성 기자 / 2023-11-06 17:48:31
외국인·기관, 공매도 증거금 105%·상환기간 6개월
개인, 증거금 120%·상환기간 90일로 제한돼 ‘불리’
"증거금 비율·상환기간 통일하고 무차입 공매도 적발해야"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여전히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이 많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관련 규제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개인이 크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성토한다.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외국인·기관에도 개인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6월30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현행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부분 허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영향에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2021년 5월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한 조치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매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방식이라 그 사이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

 

금융당국은 일단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무차입 공매도 근절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6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인의 표심을 노린 조치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깊은 불신감을 표하며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매도는 특정 종목에 지나친 거품이 끼는 걸 막는 등 순기능도 있기에 대부분의 글로벌 증권시장에서 허용된다. 하지만 결국 주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에 주로 매수에 치중하는, 즉 주가가 올라야 이익이 나는 개인들은 공매도를 싫어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2일까지 공매도 누적 거래액(158조5236억 원) 중 외국인이 67.9%, 기관은 30.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은 1.7%에 불과하다. 그만큼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매수 쪽에 쏠린 개인들은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증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공매도 거래가 꼽힌다.

 

올해 초부터 지난 2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총 107조63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누적 거래액(86조4770억 원) 대비 24.5% 늘었다. 같은 기간 기관의 공매도 누적 거래액도 33조6283억 원에서 48조2260억 원으로 43.4% 급증했다.

 

주식투자자 A 씨는 “올해 증시가 좀 살아나려고 하면 어김없이 공매도가 쏟아져 다시 끌어내리곤 했다”며 “자본의 위력으로 개미들을 울리는 공매도를 일시적으로나마 금지한 건 잘한 조치”라고 평했다.

 

다만 개인들은 단순 공매도 일시 금지나 무차입 공매도 적발·처벌만으로는 부족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요구사항은 공매도 규제 자체가 개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먼저 공매도를 하려면 일정액의 증거금을 담보로 내밀어야 하는데, 공매도 규모 대비 증거금 비율이 개인은 120%인 반면 외국인·기관은 105%에 불과하다.

 

또 개인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90일인데 반해 외국인·기관은 6개월로 훨씬 길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기법이라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사서 갚아야 하는데, 이 기간을 상환기간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기관은 6개월 후에도 상환기간을 6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무기한 공매도가 가능하다. 주가가 실제로 떨어질 때까지 계속 공매도를 걸 수 있으니 “자본력만 탄탄하면 무패 수준으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양대 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의 승률은 97.5%로 압도적”이라며 “이들이 거둔 하루 평균 이익금 규모도 같은 기간 개인의 39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공매도 증거금 비율을 120%로, 상환기간은 90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B 씨는 “개인은 외국인·기관보다 신용도가 낮으므로 담보로 내밀어야 하는 증거금 비율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도 90일 후 공매도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외국인·기관보다 기본 기간이 짧은 건 역시 신용도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C 씨는 “개인이 공매도를 싫어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나름 순기능이 있어 해외에서는 대부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기관은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하기에 공매도를 하는 경우도 있을 뿐”이라며 “개미를 울리려고 공매도를 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은 공매도가 금지되면, 한 가지 무기를 빼앗기는 셈이라 한국 증시에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빠져나갈수록 증시 자금이 줄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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