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진' 자회사 SK온에 발목 잡힌 SK이노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유사들이 호실적 기대감에 미소짓고 있다.
다만 대표적인 정유주로 꼽히는 에쓰오일(S-Oil)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에쓰오일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꽤 올랐고 미래도 밝게 평가되는 반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에쓰오일은 9일 전일 대비 1.33% 떨어진 8만1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세를 그렸지만 올들어 17.6% 올랐다.
SK이노베이션도 1.09% 내린 11만7500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지난해 말(14만300원) 대비 16.3% 하락했다.
두 정유사의 주가 하락은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이 컸다.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0.55% 하락한 배럴당 86.4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0.70% 낮아진 배럴당 90.53달러를 나타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에서 4개월 넘게 참전했던 98사단을 철수시켰다고 밝힌 부분이 긴장 완화 기대감을 불렀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승리를 위해서는 라파에 진입해 테러 부대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경한 자세를 풀지 않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점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군을 배후로 지목하고 가혹한 보복을 천명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라 이란이 본격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참전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감산 조치를 거듭 연장하고 있다. 게다가 멕시코, 미국, 카타르, 이라크는 3월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 이상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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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
유가가 더 상승할 요인이 많은 것이다. JP모건은 오는 8월이나 9월 중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도 연내 배럴당 100달러 선 돌파를 예상했다.
유가가 오를수록 정제 마진도 증가하기에 정유사엔 호재다. 연초부터 유가가 상승한 영향은 국내 석유제품 수출에서도 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은 138억2000만 달러(약 18조7261억 원)로 전년동기 대비 3.8% 늘었다. 산업부는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초과 수요로 수출 물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대표적인 정유사들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4599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1675억 원)에 비해 큰 폭의 흑자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에쓰오일도 작년 4분기 564억 원 적자에서 4676억 원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호실적은 지주사인 GS와 HD현대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최소 2, 3분기까진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정유업은 2분기가 이익 증가세가 가장 강한 시기"라고 긍정 예측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제 마진이 개선되면서 정유사 실적 개선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에쓰오일 주가의 미래는 밝다"며 "9만 원 선 돌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 주가는 이미 많이 올랐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그는 "추가 상승할 순 있지만 큰 폭의 오름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관측했다.
강 대표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현 수준에서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진을 예측했다.
강 대표와 이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고전의 주된 이유로 자회사인 SK온의 실적 부진을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온은 전기차용 배터리가 주력 상품인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가라앉으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지난 1, 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2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4.5GWh) 대비 7.3% 축소됐다.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6.2%에서 4.5%로 하락했다.
SNE리서치는 "전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오랜 기간 성장세를 이어오던 몇몇 업체들의 배터리 사용량이 역성장 추세"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올해 1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부담 요소"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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