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과 저가로 시장 양분…"살아남는 업체는 경쟁 완화 기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적자생존'(適者生存) 형태로 가혹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월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총 5442억 원에 달했다. 전년동기보다 19.9% 늘었다. 공제금 지급건수(4만3000건)도 같은 기간 9.6% 증가했다.
지난해 폐업 공제금 지급액과 지급건수는 1조2600억 원과 11만 건으로 처음 1조 원과 10만 건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도 증가 추세를 보여 2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로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이다. 가급적 깨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이다. 다수 자영업자가 폐업 사유로 공제금 지급을 신청한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최악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가 꼽힌다. 3고로 고통받는 국민이 소비를 줄이면서 자영업 경기는 깊이 침체돼 있다. 40대 자영업자 A 씨는 "엔데믹 후에도 기대만큼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괴롭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64.8, 전통시장은 56.1에 그쳤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적다는 뜻이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매출은 부진한데 고금리로 은행 이자부담이 크고 인건비, 임대료,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은 뛰면서 자영업자가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배달 플랫폼들의 과열 경쟁은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을 더 옥죄고 있다. 40대 자영업자 B 씨는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그 비용은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데 배달 플랫폼에게 피까지 빨리니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애초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다"며 "경쟁이 과도하니 엔데믹 후에도 경기가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는 약 336만 명에 이른다.
그는 "현재 가혹한 자영업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경쟁이 완화돼 자영업 경기도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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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 외식·커피업계에서 프리미엄과 저가업체가 시장을 양분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장이 프리미엄과 저가로 양분화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싼 상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도 저도 아닌 중저가 업체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메가MGC커피의 운영사 앤하우스는 지난해 매출 36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7% 늘었다. 영업이익(694억 원)은 124.1% 급증했다.
경쟁사인 컴포즈커피의 같은 기간 매출(889억 원)도 20.5%, 영업이익(367억 원)은 47.0% 성장했다.
프리미엄 외식업체들도 견조한 성장세다. 매일홀딩스의 자회사인 엠즈씨드는 지난해 매출 1917억 원으로 전년보다 31.6% 늘었다. 엠즈씨드는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폴바셋, 고급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제이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중저가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매출이 2755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0.8% 줄었다. 영업이익(82억 원)은 18.1% 축소됐다. 이디야커피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밑돈 건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더 싼 커피를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다만 커피 브랜드와 분위기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내더라도 고가 커피를 마시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외식·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프리미엄과 저가의 시장 양분화는 갈수록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소비자들은 평소에 아끼다가 특별한 날 프리미엄 제품을 즐기는 식의 패턴을 보인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자생존 방식의 구조조정 진행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경쟁자가 줄어들면 경기는 나아지겠지만 그 과정이 무척 괴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구조조정 후에도 빠르게 좋아지기보다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자영업 경기가 개선되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또 뛰어들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도 "인건비, 임대료, 이자 등 각종 비용을 줄여주고 소득공제율을 높여주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민생 회복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장에 돈이 돌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PI뉴스 / 안재성·하유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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