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탈출할 유일한 방법인데"…SH공사 '매입임대 축소' 도마

유충현 기자 / 2023-11-15 17:34:18
시민단체, SH공사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청구
작년 공급량 연간목표 대비 13.5% 공급…올해는 6.5% 그쳐
SH공사 "반지하 주택 매입 늘리다 보니 목표 달성률 하락"

"제가 사는 반지하 주택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집과 비슷합니다. 바퀴벌레가 많습니다. 여름이면 쇠창살로 가로막힌 창문으로 물이 넘치지는 않을지 걱정합니다. 제대로 된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만이 반지하에 살고 있는 제가 지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서울 반지하 주택 거주자 윤성노 씨)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집값은 크게 뛰었다. 집값이 뛰면 전·월세 등 민간 임대료가 함께 올라 주거취약계층의 삶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점점 반지하, 고시원 등 점점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다.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기면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주거취약계층의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대폭 줄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세입자·청년·주거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SH공사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서성민 변호사는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태가 애초 계획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일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예산을 불용하면서까지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 위법하고 부당한 사실이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도시 저소득 계층이 현재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시세 30% 수준의 임대조건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들에 다르면 SH공사의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은 연간 계획 물량의 13.5%인 829호에 불과했고, 예정했던 사업을 진행하지 않다 보니 4033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올해의 경우 달성률은 9월 기준으로 연간 계획물량 5250호의 6.5%(341호) 불과하다. 공급계획 물량 자체도 매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2년 592호 매입으로 시작한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이후 꾸준히 물량을 늘려 2020년에는 6700호를 계획대로 모두 공급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계획 물량이 5300호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다시 5120호로 감소했다. 

 

공급이 줄다 보니 경쟁률이 과거에 비해 치열해졌다. 최근 진행한 청년매입임대주택 공급에서는 190호 공급에 3만 명이 몰려 1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탈락한 청년 수만 명은 반지하, 옥탑,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며 "이들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면, 받는 월급이 적다거나 부도님에게 물려받는 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SH공사가 제대로된 공공임대주택이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SH공사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SH공사 관계자는 최근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 "지난해 반지하 주택에서 참사가 발생한 이후 반지하 주택 매입'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참사가 있었고, 이후 9월부터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한해 매입 실적이 전체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도 SH공사는 반지하 주택 위주로 매입을 추진해 왔다.

 

또한 반지하 주택의 특성상 매입 실적이 다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SH공사는 항변했다. 약정을 통한 신축주택 매입과 달리 불법건축물인 경우가 많아 매입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의 절차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통상 반지하 주택은 맹지나 사도에 위치해 향후 재건축 등 활용 방안이 모호한 물건이 많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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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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