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투기수요 몰려…"10명 중 3명은 계약 안 해"
"청약률만 갖고 투자 부추기는 분위기…신중히 판단해야"
아파트 청약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청약 경쟁률이 '실수요'를 나타내는지 신중하게 살펴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청약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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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프레온)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 [뉴시스] |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11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36.62대 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3007가구 모집에 1순위 통장 11만311건이 몰린 결과다. 1월 0.28대 1에 불과했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월 2.12대 1, 6월 21.95대 1을 거치며 수직 상승하는 흐름이다.
높은 청약률은 개별 아파트단지 홍보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달 초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1순위 평균 경쟁률 242대 1을 기록했다. 동대문구에서 '래미안라그란데'도 평균 7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했다. 지난달 용산구에서 분양한 '용산호반써밋에디션'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2.7대 1에 달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별 실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청약률이 전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는 투기수요가 몰려 청약률을 '뻥튀기'한 뒤 썰물처럼 급격히 빠진다는 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실수요자가 청약률만 보고 높은 가격에 분양받았다면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약 당첨과 계약률 사이의 괴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초기분양률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초기분양률이란 분양 개시 3~6개월 사업장의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낮다면 실제 계약에 도장을 찍지 않는 당첨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약 숫자에 '허수'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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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 및 변동률.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
이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76.2%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0.7%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작년 1분기 100%였고 2분기(96.9%)와 3분기(93.1%)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75.1%로 떨어진 후 줄곧 70%대 중반에 머문다. 올해 청약 당첨자 10명 중 2, 3명은 계약을 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청약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소장은 "청약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되면서 수백 대 1 경쟁률까지 나왔지만 실제 계약 현황은 '깜깜이'인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청약 경쟁률만 갖고 투자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투기수요와 가수요가 붙어 버린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분양가가 워낙에 높아진 만큼 본인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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