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은행…"ELS 보상안, 부담은 되지만 합리적"

안재성 기자 / 2024-03-11 17:23:05
이세훈 금감원 부원장 "ELS 손실 보상, 다수가 20~60% 범위일 듯"
금융권 "평균 보상률 30~40% 수준 전망…우려보다는 낮아"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안이 11일 나왔다. 

 

보상액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금융권은 "부담이 작지는 않지만 우려보다는 합리적"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홍콩 ELS' 손실에 대해 금융사가 투자자별로 0~100%까지 차등 보상하는 안을 내놓았다.

 

은행 등 금융사의 기본 보상률은 20~40%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반영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의 공통가중을 적용받는다. 온라인 판매채널은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포인트, 증권사 3%포인트를 가산한다.

 

또 판매사 책임으로 고령층 투자자의 경우 최대 15%포인트를 가산한다. 아울러 서류 미비, 녹취 미비 등 세부적인 불완전판매 사항과 관련해 최대 25%포인트를 가산한다.

 

투자자 책임도 있다. ELS 투자 경험 관련 최대 10%포인트, 가입금액에 따라 최대 10%포인트 등 투자자 책임에 따라 최대 45%포인트 감산한다.

 

▲ 은행 등 금융사들의 ELS 손실 보상률은 30~40% 수준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금감원은 "가산과 감산에 상한이 없다"며 "최소 0%부터 최대 100%까지 다양한 구조의 차등 보상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80세가 넘는 초고령층 투자자 A 씨가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은행 지점을 방문했는데, 은행 직원의 권유로 ELS에 가입한 경우 손실금의 8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젊고 ELS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 B 씨는 단돈 1원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우려보다는 관련 지출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중 지난 7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금액은 총 2조3021억 원이다. 이 중 손실액은 1조2079억 원이고 평균 손실률은 52.5%다.

 

은행 등 금융사 전체적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ELS 잔액은 총 15조4000억 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 손실액이 7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했다.

 

만약 '라임 사태'처럼 금융당국이 100% 보상을 요구한다면 금융사들은 7조 원 이상의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평균 보상률 50%만 돼도 3조5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금감원 보상 안대로라면, 금융사들의 실제 부담은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장 많은 보상을 받는 고령층 최초 ELS 투자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는 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다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투자자 비중은 은행이 31.1%, 증권사는 27.2%다. 이 가운데 최초 투자자는 각각 9.2%, 7.7%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홍콩 ELS 투자자 중 다수가 손실 보상률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균 보상률은 30~40% 수준일 듯하다"며 "지출이 적은 건 아니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 거론된다. 'DLF 사태' 당시 손실 보상률은 20∼80%였다. 이 부원장은 "금융사들의 ELS 손실 보상 부담이 DLF 사태보다 무겁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금융사별로 온도 차는 있다. ELS를 많이 판 금융사들은 여전히 수 조 원의 보상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중 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액이 7조80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신한은행은 2조4000억 원, 농협은행은 2조2000억 원, 하나은행은 2조 원이다. 우리은행은 400억 원에 불과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부담을 느끼는 곳이 있더라도 결국 대부분 금감원 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이 고심해서 짠 안을 거부할 경우 무거운 제재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보상 안 외에 별도로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사에게 과징금 부과나 임원 징계 등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사가 잘못을 시인하고 고객 손실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제재의 감경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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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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