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환율 상승세, 보험사 건전성 '압박'

유충현 기자 / 2025-12-19 17:19:23
외화자산 커지면서 요구자본↑…킥스비율 하락
4분기 환율 상승폭, 3분기의 1.4배…"부담 더 커질 듯"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여러 보험사의 건전성을 압박하고 있다. 외화자산이 증가한 만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이 커진 탓이다.

 

19일 KPI뉴스가 40개 보험사(생명보험 22개사, 손해보험 18개사)의 3분기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 다수가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 2025년 3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 추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메트라이프는 3분기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이 310.8%로 직전 분기(332.5%) 대비 21.7%포인트 하락했다. 회사는 공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화채권 신규 투자 증가로 외환위험액 순포지션이 증가한 것이 주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외화 채권이나 수익증권 등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환율이 오르면 이 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커진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위험 대비 자본'도 함께 늘어나면서 건전성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KDB생명도 비슷한 영향을 받았다. 이 회사의 3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경과조치 적용)은 165.2%로 지난 2분기 176.6%보다 11.4%포인트 떨어졌다.

 

KDB생명은 경영공시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증가로 시장위험액과 신용위험액이 늘어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두 항목은 보험사의 요구자본을 계산할 때 포함된다. 시장위험액은 611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4억 원 늘었고, 신용위험액은 2665억 원으로 같은 기간 75억 원 늘었다.

 

라이나생명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나생명은 경영공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시장 및 신용위험의 산출 대상인 외화표시자산의 원화 장부가액이 증가하면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었다"며 지급여력비율이 0.3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분기 2조1050억 원이었던 요구자본은 3분기 2조1259억 원으로 209억 원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환율 상승 탓에 부실자산 비율이 0.26%에서 0.32%로 상승했다.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평가 대상 자산 규모가 커졌다고 한화생명은 설명했다. 외화자산 일부가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정 이하는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부실자산을 의미한다.

 

▲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압박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보험사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손익에 직접 타격을 받았던 곳도 있다. 캐롯손해보험의 3분기 환율변동손익은 마이너스(-) 5083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642억 원)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화로 표시된 보험계약부채의 원화 환산금액이 커지면서 손실로 잡히는 구조다.

 

환율을 헤지하는 비용 부담이 커진 사례도 있다. DB생명의 경우 3분기 중 환헤지용 파생부채가 1744억 원 증가했다.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해 파생상품으로 상쇄하는 조치를 하는데, 변동성이 커지면 여기에 필요한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4분기 들어 환율 상승폭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3분기 중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50원(6월 30일 1355원→9월 30일 1405원)이었다. 반면 4분기 들어서는 변동폭이 68원(18일 기준 1473원)으로 상승폭이 3분기보다 1.4배 가량 크다.

 

앞선 3분기에도 이미 여러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하락했는데, 환율 상승폭이 훨씬 컸던 4분기에는 이런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높은 환율이 결산 시점인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4분기 건전성 지표에는 더 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해외 채권이나 수익증권 같은 외화자산 비중이 큰 생명보험사와, 외화로 표시된 보험 부채가 있는 손해보험사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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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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