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주기 악용한 '자전거조업'…무리한 규모 키우기
온라인쇼핑 거래액 연간 230조 달하지만 규제 미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7조3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다. 2019년(약 150조 원) 이후 4년 만에 8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 이커머스업계도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숨겨진 민낯 '자전거조업(自轉車操業)'이 이번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드러났다. 알렛츠 등 여러 중소 이커머스업체가 쓰러진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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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소재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에 알렛츠 제품 포장용 박스가 놓여있다.[뉴시스] |
자전거조업은 만성적으로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타인 자본을 잇따라 거둬들여 사업을 영위하는 걸 뜻한다.
이커머스업체들은 정산 주기를 자전거조업에 악용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소비자가 제품을 받은 다음날 바로 정산해주는 업체는 네이버가 유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저마다 이유를 내세워 최소 1~2주에서 많게는 수개월 뒤 정산하고 있다.
고객이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했을 때 실제 판매자에게 그 돈이 넘어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리는 것이다.
이커머스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필수 가전제품 가격을 검색하면 경쟁사보다 몇 천 원이라도 싸게 팔아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박리다매' 구조로 많은 소비자를 끌어 들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각종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몸집 키우기에만 열중한 나머지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누적된 적자로 판매자에게 줘야 할 정산금을 빼돌려 부족한 회사 돈을 메꾸는 식의 자전거조업을 하다가 결국 탈이 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이러한 이커머스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소홀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까지 할인쿠폰을 뿌려대는 걸 방관하고 회사가 파산할 경우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를 보호해줄 보증보험도 의무화하지 않았다.
관리감독이 부실한 탓에 결국 '혈세'가 투입될 지경이다. 정부는 티메프 사태에만 1조6000억 원의 세금을 퍼부을 것이라 발표했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겪은지 3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외양간'이 고쳐지지 않아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티메프, 알렛츠 등 이커머스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 수천 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밤낮없이 하고 있다. 채팅방의 닉네임은 피해를 본 물품과 금액이다. 'LG 올레드 TV 400만원', '김치냉장고 250만원', '알렛츠 미정산 3억원' 등이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판매자는 간곡한 MD의 입점요청에 응해 열심히 물건을 팔았고 소비자는 여러 사이트를 비교한 끝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상품을 결제했다. 그리고 한순간에 절망에 빠진 피해자가 됐다.
'신뢰'가 사라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규모가 아주 큰 업체들만 생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아닌 곳에선 구매를 안하겠다"는 다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곤 한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실태 파악과 피해자 구제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2년 뒤, 3년 뒤 '2024년 티메프 사태 때 제대로 정부가 나서줬다면'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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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영 경제산업부 기자 |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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