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포퓰리즘 안 한다던 尹정부, '총선용 선물세트' 쏟아내

유충현 기자 / 2024-01-30 17:18:38
文정부 포퓰리즘 비판…선거 앞두곤 '욕망의 정치' 소환
31.1조 R&D예산도 많다며 칼질…교통대책 재원만 134조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건전성 원칙도 허물어져

'선거의 해'라는 게 실감난다. 정부는 최근 대형 부동산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1·10 대책'에선 안전진단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허물겠다고 했다. 소형주택은 1000채를 사도 세제상 다주택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보름 뒤엔 수도권급행철도(GTX) 신설 노선을 꺼냈다. 하나같이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반(反)포퓰리즘을 내세웠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선거 공약으로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던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선심성 정책으로 나랏빚을 늘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겼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는 시점에도 "선거 매표(買票)예산을 배격하겠다", "전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일련의 정책은 윤 대통령의 공언과는 다르다. 1·10대책은 도심 공급 활성화가 표면적 취지이지만 실상은 전국 재건축·재개발 대상지역 주민의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정부의 이번 대책을 보면서 2008년 제18대 총선을 떠올린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이명박(MB) 대통령 공약인 '뉴타운' 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재개발 카드는 수도권 압승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재건축 카드다. 

 

지난 25일 나온 교통대책도 옛 선거의 데자뷰다. 골자는 GTX 기존 노선의 연장과 신설(GTX D·E·F)이다. 2010년 지방선거때도 그랬다. 

 

당시 여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는 재선 준비 과정에서 'GTX'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도내 유력한 GTX 대상지역의 표심이 들썩였고 김 지사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말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도 '총선용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셈이다. 

 

규모는 더 커졌다. 정부가 이번 교통대책에 필요한 재원으로 추산한 액수는 134조 원에 달한다. MB정부 4대상 예산(약 22조 원)의 6배다.

 

'1·10 대책'과 '1·25 대책' 모두 공론화 과정 없이 툭 튀어나왔다. 숙의를 건너뛴 '부동산 띄우기 정책'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우려가 높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연스럽게 조정에 들어간 아파트 가격에 다시 일부 거품을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으로 기존주택의 멸실이 가속화하면 임대차 시장의 주거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거대한 재원을 부동산 부양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650억 달러(약 86조 원)"라며 "134조 원이라는 돈은 결코 작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건전성 원칙도 허물어진다. 31조1000억 원인 국가연구개발(R&D) 예산도 너무 많다며 25조9000억 원으로 줄인 정부다. 같은 정부가 맞나 싶다. 

 

▲ 유충현 경제산업부 기자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충현 기자

유충현 / 경제부 기자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