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자놀이 경계'에 위험 더 커질 듯"
대형 금융그룹들은 올해 상반기 대부분 호조세를 달렸다. KB·신한·하나금융그룹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뒤에 자산건전성 악화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각한 데다 정부가 '이자놀이'를 경계해 향후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총 1조3107억 원으로 전년 동기(9811억 원) 대비 33.6% 급증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크다.
증가폭 2위는 우리금융그룹.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이 7750억 원에서 9440억 원으로 21.8% 늘었다. 하나금융그룹(6399억 원)은 18.3% 증가했다. 신한금융그룹은 4대 금융그룹 중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9876억 원에서 1조647억 원으로 7.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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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금융그룹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었다. [KPI뉴스 자료사진] |
은행 대손충당금이 빠르게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경기침체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고금리,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부실대출이 증가세"라며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영향은 은행 연체율이 상승세란 점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64%로 지난해 같은 기간(0.51%)보다 0.13%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0.47%)은 0.05%포인트, 기업대출 연체율(0.77%)은 0.19%포인트씩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자산비율 등이 잘 관리되고 당장은 은행 건전성에 별 이상은 없다"면서도 "앞으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고관세 정책을 견지하면서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7월 신규 고용 증가폭이 평균 3만5000명 수준에 그쳤다. 다른 나라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여러 국내외 기구들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쿠폰으로 내수가 '반짝'했으나 효과가 끝나면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취약차주부터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은행이 더 걱정하는 부분은 정부의 태도와 규제다. 이미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바짝 조였는데 이런 흐름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이 손쉬운 '이자놀이'에 매달리지 말고 생산적인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란 뜻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5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가계대출 연체율(0.47%)보다 0.30%포인트나 높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더 가파르다.
특히 정부가 제한하는 주담대는 연체율이 0.32%에 불과한 데 반해 정부가 권장하는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95%에 달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손쉬운 이자놀이를 하지 말라는 건 결국 위험한 곳에 대출해주고 그 손실은 은행이 감당하란 의미"라면서 "향후 자산건전성이 점점 더 악화될 위험이 높아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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