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효과 뚜렷…"슈퍼카 구매·가족 이용 힘들어져"

안재성 기자 / 2024-03-13 17:21:36
고가 수입 법인차 등록 감소…벤틀리 등 슈퍼카는 70~80%↓
"연두색 번호판으로 법인차란 게 뚜렷해 가족 이용 꺼려져"

"법적 처벌보다 주위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겁나서 못 탄다."

 

지난 1월부터 8000만 원 넘는 고가 수입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 장착을 의무화한 효과가 뚜렷하다.

 

제도가 실시되자마자 고액 수입 법인차 등록이 급감했다. 특히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세칭 '슈퍼카'는 시장 자체가 무너진 모습이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전달 8000만 원 넘는 수입 법인차 신규 등록 대수는 3551대로 전년동월(4793대) 대비 25.9%(1242대) 줄었다. 8000만 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 비중도 같은 기간 56.7%에서 47.2%로 9.5%포인트 축소됐다.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브랜드의 전체 차량 등록 대수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1, 2월 벤틀리 신규 등록 대수는 83.2%나 줄었다. 람보르기니는 73.7%, 롤스로이스는 43.3%, 포르쉐는 33.2% 급감했다.

 

▲ 서울시내 한 구청 교통행정과 직원들이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업계 측은 "연두색 번호판 장착 의무화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법인차 탑승자들이 연두색 번호판 자체를 꺼리면서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슈퍼카는 비싼 가격과 운영비, 높은 세금 등 부담이 커 개인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도 대부분 법인차로 등록하는 '꼼수'를 쓰곤 했다"며 "연두색 번호판으로 꼼수가 막히자 시장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KAIDA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이 의무화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신규 등록된 1억 원 이상 수입차 8963대 중 법인차(6460대)가 72.1%를 차지했다. 유명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전체 등록 대수 중 법인 비중이 90.0%에 달했다. 롤스로이스(87.3%), 마세라티(69.6%) 등 슈퍼카 브랜드는 대부분 법인차로 등록됐다.

 

연두색 번호판을 처음 출시됐을 때 일각에서는 "부의 상징이라 부럽다", "형광색이라 예쁘다" 등의 반응도 있었으나 정작 법인차 이용자들은 눈에 확 띄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내 중견 제약회사 대표 A 씨는 "연두색 번호판이 달린 슈퍼카가 아파트 단지에 주차돼 있으면 단지 사람들 전부가 법인 돈으로 슈퍼카를 샀다는 걸 알게 된다"며 "그런 치사한 짓이 알려지는 게 수치스럽다"고 전했다.

 

A 씨 아내인 B 씨는 "전업주부인 내가 연두색 번호판이 달린 고가 수입 법인차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어찌 볼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아버지의 법인차를 종종 이용하던 아들도 연두색 번호판이 달린 차량은 '친구 보기 쪽팔리다'며 손사래를 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업체 임원 C 씨는 "예전엔 법인차를 타고 가족 나들이도 자주 나갔었는데 연두색 번호판이 달린 후로는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자녀를 태우고 유원지 등을 갈 경우 누가 봐도 사적 이용이니 내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수입 법인차의 사적 이용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이 확실히 먹히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 법인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체면을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적발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보다 주변에서 법인차 사적 이용을 눈치 채고 손가락질하는 걸 더 두려워한다"며 "연두색 번호판의 효과는 앞으로도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려고 일부러 차량 가격을 낮춰 계약하는, 이른바 '다운계약'도 유행 중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다운계약을 방지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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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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