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재정건전성 악화·저금리 유도로 고물가 우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비행 중이다. 올 말쯤에는 온스당 400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값은 전거래일 대비 0.7% 오른 온스당 3677.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값은 전거래일인 지난 5일 1.3%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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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화 약세와 고물가 전망이 겹쳐지면서 금값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금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이유로는 달러화 약세 가능성이 우선 꼽힌다. 미국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폭이 2만2000명에 그쳤다고 5일 밝혔다. 시장 전망치(7만5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다. 그 여파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 가치도 하락한다"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가 오른다"고 설명했다.
금값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을 매입하는 등 금의 인기가 높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9일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인위적인 저금리 유도로 재정건전성 악화와 고물가 우려가 커진 점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 중"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멍청이', '바보 같은 사람', '너무 늦는 사람' 등 험한 표현을 써가며 연일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해임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연준의 은행 규제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 연준 독립성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월가의 '거물 투자자'로 꼽히는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 독립성 침해로 신뢰를 상실하면 달러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며 "아울러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 독립성 훼손으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투자 비중을 금으로 일부 조정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위험을 모를 것 같지는 않다"며 "심각한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물가가 크게 뛰면 빚의 실질 가치는 축소된다. 동시에 자산 가치도 높아지기에 금값도 오르게 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총 37조48억1762만 달러(약 5경1177조 원)에 달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지난 2020년 1월 보고서에서 국가부채가 37조 달러를 넘기려면 2030년은 돼야 한다고 봤는데 기간이 5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국가부채 감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세금을 늘리고 복지 등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는 국민 저항을 부른다. 정부와 여당으로선 지지율이 떨어질 위험이 높아 피하고 싶은 정책 수단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인기를 유지하면서 빚의 실질 가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건 과거부터 여러 나라 정부들이 썼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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