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대책' 효과 없다?…공급부족·전세난 우려에 편법대출까지

안재성 기자 / 2025-09-16 17:23:48
부동산 거래량 줄어도 오름세 지속…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확대
"9·7 대책은 실수요자들 체감 힘들어…내년에도 집값 오를 듯"

'9·7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열흘이 다 돼 가지만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 발표 직후 약발을 보였던 '6·27 대책'과는 다른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고 상승폭도 확대됐다. 매수 수요도 커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외치며 공급 대책을 내놨으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공급 부족과 전세난 우려에 편법 대출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올라 3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또 5주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매수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2를 기록했다. 7월 3주 차(100.1) 이후 7주 만에 기준선(100)을 넘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보다 높다는 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6·27 대책은 시중 자금을 조여 거래량을 급감시키고 상승폭도 줄였으나 상승세 자체를 멈추진 못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519건에 그쳐 전월(1만913건) 대비 68% 급감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거래 중 56%가 상승거래였다. 7월 평균 아파트값도 전달보다 1.65% 뛰었다.

 

김은선 직방 부동산빅데이터랩실 랩장은 "6·27 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서울은 여전히 상승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강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15일까지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총 3678건으로 7월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6·27 대책 효과는 점차 시들해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8월 거래량은 9월 말까지 집계된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9·7 대책을 새롭게 발표했다. 대출을 더 강하게 조이고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우선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많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다양한 택지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LH의 재력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총부채는 160조1000억 원에 달한다. 2028년엔 226조9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형태의 공급이 아니다"고 깎아내렸다. 정부는 공공 주도로 공급한다는데 실수요자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민영주택 공급을 원한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공공임대주택 수요자와 현재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민영 아파트 매수 수요는 전혀 다르다"며 "공공임대주택은 아무리 확대해도 집값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도 9·7 대책이 실수요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 못하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135만 호를 착공한다고 하나 정작 현재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수도권 요지에 공급되는 물량은 극소수"라고 강조했다. 주로 경기·인천과 서울 외곽지 위주의 주택 공급이라 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공급부족과 전세난 우려가 불거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거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2만8355가구로 올해(4만6767가구)보다 39% 급감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7~2029년 연간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이 1만 가구 전후 수준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서울은 심각한 공급 절벽 현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소장은 "내년 입주예정물량이 적어 봄 이사철부터 전세난이 생겨날 수 있다"며 "공급 부족에 전세난이 겹쳐 집값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규제를 피해가는 편법 대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모든 은행은 6·27 대책에 따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자는 잔금일과 세입자의 대출 실행일을 같은 날로 맞춘 뒤 그날 받은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종종 쓴다. 갭투자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이때 실행되는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요새 매도인, 매수인, 세입자가 서로 합의해 규제를 피해가는 편법이 쓰이고 있다. 잔금을 먼저 치러 소유권부터 매수인으로 옮겨놓은 뒤 세입자를 받는 방식이다. 이러면 주택 소유자가 바뀌지 않으므로 전세대출이 나온다.

 

아직 전세보증금을 받지 않아 부족한 돈은 매수인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메꾼다. P2P금융 혹은 대부업체는 대출규제 사각지대란 점을 이용한 수법이다. 대신 금리가 높지만 대출 기간이 길지 않아 매수인이 견딜 만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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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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