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두 개입 '약발' 다했나…또 치솟는 환율

안재성 기자 / 2025-11-18 17:09:51
통화량 증가·대미 투자·'서학개미' 등에 고공비행
"지금이 정점…연말 1400원 근처까지 내려갈 것"

원·달러 환율에 대해 정부가 구두 개입한 지 3거래일 만에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환율이 또다시 치솟으면서 1500원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뛰지 못하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일 대비 7.3원 오른 1465.3원을 기록했다. 5원 오른 1463.0원으로 개장한 뒤 상승 폭을 확대한 결과다.

지난 13일 1475.4원까지 솟구쳤던 환율은 정부의 구두 개입과 함께 실개입 추정 물량도 나오면서 14일 1450원대로 하락했다. 그 다음 거래일인 17일까지는 1450원대가 유지됐으나 이날 다시 1460원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최근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두드러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달러 인덱스는 3.1%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은 그 두 배인 6.1%나 뛰었다.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원화 자체의 가치도 크게 떨어진 셈이다. 원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 하락 폭은 엔화(-4.6%), 유로화(-1.7%), 위안화(-0.1%) 등 주요국 통화들보다 훨씬 더 컸다.

 

▲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8.0원)보다 7.3원 오른 1465.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환율 상승 원인으로는 △통화량 증가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규모 대미 투자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 △개인의 미국 주식 매수 확대 △수출 기업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 잠김 등이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통화량(M2)은 4426조 원(평잔 기준)으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인 5월(4270조 원)보다 156조 원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31조8000억 원 추가경정예산안을 집행해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통화량이 늘수록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9월 이후에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및 사용이 계속돼 통화량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며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또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돼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대신 한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씩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그만큼 달러화가 유출될 것으로 예상돼 원화 가치 하락을 야기했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식은 점은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활발한 미국 주식 매수도 달러화 유출로 연결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총 2880억7827만 달러로 이미 작년 연간 수준(2602억5153만 달러)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환율 상승이 지속되자 수출기업들이 네고 물량을 잠궜다. 한 은행 딜러는 "요새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들이 달러화를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수출기업 네고 물량은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벽 역할을 해왔다. 이 물량이 잠기자 환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형국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내년도 본예산으로 올해보다 55조 원 증가한 728조 원을 책정해 통화량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주식 매수 열기는 여전히 뜨겁고 연준은 쉽사리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직접투자 확대로 외화 유출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고환율이 고착화될 것"이라며 "1500원을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1480원 선은 넘지 않도록 막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올해 초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고관세 위협이 겹쳤을 때 환율이 1480원대였다"며 "정부가 그 수준에 다시 이르는 걸 용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1470~1500원 사이에서 정부 개입이 강화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나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10%)와 전술적 환헤지(5%)를 통해 외화자산의 최대 15%까지 환헤지에 나설 수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투자액은 771조3000억 원으로 이 중 15%면 약 115조 원이다. 환헤지 물량은 환율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원·달러 환율은 지금이 정점"이라며 "점차 내려가 연말에는 1400원 근방까지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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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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