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등 물가 상승 요인 여전…고물가 장기화 전망”
추경호 "10월부터 물가 안정될 것…석유류 현장점검 강화"
고공비행하던 국제유가가 경기침체 우려 탓에 한풀 꺾였다. 그간 물가 상승 '주범'이던 유가가 다소 떨어지면서 고물가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4.22달러로 장을 마감, 전거래일 대비 5.6% 하락했다. 지난 8월 31일(83.63달러)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로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가 다음 날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5.6% 내린 배럴당 85.8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또 국내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4.9% 하락해 배럴당 80달러대(86.93달러)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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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고물가도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지속하는 와중에도 국제유가가 떨어진 배경으로는 경기침체 염려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경한 긴축 기조를 나타내면서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져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이 확산한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연히 원유 수요도 감소한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상품전략 본부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고물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원유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캘럼 맥퍼슨 인베스텍 애널리스트는 “그간 공급 차질에 쏠려 있던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금리 장기화와 그에 따른 거시경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OPEC+ 비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있는 점도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탐사·채굴 기업들의 지속적인 생산량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미국이 글로벌 원유 생산 증가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OPEC+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 증가에 주목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세는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3.7%로, 지난 4월(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6, 7월 2%대를 나타내다가 8, 9월 3%대로 올라섰다.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 상승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한풀 꺾인 부분은 고물가 진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유가, 곡물가 등이 진정되면서 10월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 부총리는 "석유류는 국제유가 대비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업계와 협력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동절기 난방비 대책을 이달 중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흐름을 반영,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0.2%포인트 하향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2.2%)도 0.3%포인트 내렸다.
7월 물가 안정세(2.3%) 등을 근거로 7월 전망(3.5%) 대비 0.2%p 하향 조정된 3.3%로 내다봤다. 내년 물가 상승률도 2.2%로, 기존 전망 대비 0.3%p 하향 조정했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감산 기한 연장' 등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아직 하락세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이어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이 아직 무겁다”며 물가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물가 진정을 기대하긴 이르다면서 “고물가 및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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