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물가 진정세인데 외식물가 '훨훨', 왜?

안재성 기자 / 2024-04-03 17:23:15
"정부, 식품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자영업자 많은 외식업체는 내버려둬"
천정부지 외식물가에 밀키트 '인기'…내년 7000억 규모로 성장 전망

최근 가공식품 물가는 다소 진정되는 국면인 반면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1.4%로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1.7%포인트 낮았다. 2월부터 두 달 연속 평균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차(-7.9%), 유산균(-5.6%), 시리얼(-4.5%), 라면(-3.9%) 등 23개 품목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3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3.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외식물가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34개월 연속 평균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64.1%인 25개가 평균 상승률을 넘었다. 비빔밥(5.7%), 떡볶이(5.3%), 김밥(5.3%), 냉면(5.2%) 등이다. 

 

가공식품 물가는 가라앉는데 외식물가는 왜 계속 오름세인가. 식품업계에서는 "정부 정책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들은 최근 식품기업에 제품 가격 인하를 줄곧 압박했다.

 

정부 등쌀에 삼양사는 지난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중력분 1kg과 3kg 제품 가격을 평균 6.0% 내렸다. 앞서 CJ제일제당도 지난달 19일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3종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기로 했다. 오뚜기는 3월부터 식용유 제품 가격을 평균 5.0% 낮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정부 압박에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을 내렸다"며 "'먹거리'가 민감하긴 하지만 매번 정부가 가격 인하를 압박하니 식품기업들은 영업이익률 5%를 기록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적자를 보고 해외 수출로 이익을 거두는 회사도 여럿"이라고 강조했다.

 

식품기업들과 달리 외식업계에는 정부가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소규모 개인 음식점들은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에도 전혀 압력이 없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은 대기업이지만 개인 음식점이든 프랜차이즈든 결국 각 점포 경영자는 자영업자들"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한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수가 많으니 표를 의식하는 정부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마트 피코크 실속형 밀키트 4종 세트. [이마트 제공]

 

이처럼 외식물가가 고공비행하니 외식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바쁜 탓에 집에서 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는 소비자들은 간편식 '밀키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밀키트는 이미 조리가 끝난 음식이라 데우기만 해 먹을 수 있으니 간편하며 외식보다는 훨씬 싸다.

 

최근 주변 식당을 찾거나 배달로 김치찌개를 먹을 경우 1만~1만5000원은 내야 한다. 그러나 밀키트는 5500~7500원 정도로 가능하다.

 

▲ 1만1000원짜리 배달 김치찌개. [온라인 커뮤니티]

 

30대 직장인 A 씨는 "그간 배달음식을 주로 먹었는데 요즘 가격이 너무 비싸 부담이 커져 최근 밀키트를 자주 구입한다"며 "밀키트를 여러 개 사서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하나씩 꺼내 해먹으면 편리하다"고 했다. 그는 "밀키트는 1만 원으로 두 끼 해결도 가능해 외식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가 비싸지면서 밀키트 수요가 늘어났다"며 "밀키트는 요리를 실패할 확률이 작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걸맞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본래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 사태로 크게 성장했는데 요새 낮은 가격이 주목받으면서 엔데믹 후에도 빠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밀키트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서도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약 3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약 3840억 원 규모로 10배 넘게 급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내년까지 밀키트 시장이 7253억 원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하유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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