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금리인하 너무 늦었나

안재성 기자 / 2024-11-29 17:08:54
EU·캐나다 등 주요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한은 8월에 내렸어야"
"금융당국 대출 규제가 더 큰 문제…규제 탓에 금리인하도 의미 잃어"

5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었다. 경제가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으면서 한국은행 금리인하가 너무 늦었다는 '금리인하 실기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4%, 설비투자는 5.8% 줄었다.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8월 5.6% 줄었다가 9월 10.1% 증가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반감했다.

 

▲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너무 부진해 희망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미래 전망은 더 어두워 다들 움츠러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대로 전망했다. 1%대 성장률은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기침체가 심각하니 한은이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다시 나온다. 8월엔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 경제모형실 추정에 따르면 금리인하가 GDP에 영향을 미치는 데 1년 가량 걸린다. 즉, 저성장이 우려될 때는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한은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3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이 0.1%에 그쳐 한은 예측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물가상승률은 둔화 추세가 뚜렷한데 경제 상황은 어렵다"며 "8월 금리동결은 실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유럽연합(EU),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국들은 먼저 금리를 내렸다"며 "8월 인하가 적절했다"고 말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당시엔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염려스럽긴 했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금리인하가 늦었다"고 했다.

 

한은 실기보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더 큰 문제란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 초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보통 3%대였고 최저 2%대 후반까지 가능했다"며 "지금은 주담대 금리가 4%대 중반에서 5%대 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자제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이 7월부터 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했다"며 "이 때문에 한은 금리인하가 의미를 잃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도 "지금 은행 대출금리가 인위적으로 올라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청주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유주택자 대상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등 일부 대출을 중단·제한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는 높고 유동성은 마르니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한다"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출규제는 내년이 돼야 풀릴 듯하다"며 "그때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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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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