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 다시 증가세…8만건 넘어 '역대 최대치' 근접

유충현 기자 / 2024-03-07 17:16:47
설 연휴 외 꾸준히 매물 증가…연초 대비 8.3% 늘어
매도자-매수자 '가격 눈높이' 격차…"호가 낮추는 요인 될 수도"

한동안 감소하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다시 역대 최대치에 가까워졌다. 

 

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102건을 기록했다. 전날 8만149건을 찍은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8만건'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내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연말인 11, 12월쯤 내림세를 보였는데, 이번에 다시 4개월 만에 역대 최고점(8만452건)에 근접했다.

 

매물이 적체되는 속도도 가파르다. 연초(1월 1일) 7만3929건과 비교하면 8.3%(6173건) 늘었다. 우상향 추세도 일관성이 있다. 설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상승했다. 

 

▲ 서울 아파트 매물건수 추이. [아실]

 

아파트 매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눈높이 차이'를 나타낸다는 분석이 많다. 매도자들은 가격을 내리길 꺼리고 매수자들은 당장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팔겠다는 숫자만큼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하고 매물이 쌓인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앞으로 오르기보다는 하락할 것이라는 수요자들의 믿음이 강하다"며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으니 시세 차익이 확실한 가격이 아니라면 굳이 지금 무리해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매물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김 위원은 보고 있다. 그는 "매도자든 매수자든 한쪽으로 기울어야 거래가 일어나겠지만 시장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겠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한동안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통상 매물 증가세가 지속된다는 것은 주택가격을 끌어내릴 만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에도 매물건수가 정점을 찍었던 전후시점에 거래시장 위축과 가격하락이 나타났다. 10월까지만 해도 2000건을 웃돌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43건으로 줄었다. 10월 161.1이었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1월 158.3, 12월 156.7로 떨어졌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도 매물 증가가 가격 하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8만 건이라는 매물건수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수치"라며 "앞으로 매도 호가를 낮추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집값을 떠받치려는 정책은 먹히지 않았다"며 "대세 하락의 초입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해 11월과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당시에는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매물이 증가했다면, 지금은 그때와 달리 거래량 회복기라는 점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은 작년 4분기처럼 단순히 매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갈아타기' 등 또 다른 거래를 위해 보유 중인 부동산을 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봄 이사철을 앞둔 일선 공인중개업소가 인터넷상 광고물량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송 대표는 지적했다. 아실의 매물 데이터는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를 집계한 뒤 중복매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송 대표는 "공인중개사들이 봄철 영업을 위해 미리미리 매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매물건수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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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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