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혁신' 안 보이는 삼성전자…내년 주가 전망도 우울

안재성 기자 / 2024-12-02 17:02:13
엔비디아 납품 아직인데 메모리반도체 시장 '냉각'
"HBM 기술력 입증 전에는 박스권 주가 전망"

"작금의 삼성전자에서는 초격차도, 혁신도, 심지어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요새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나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입에 담는 말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니 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도 어두운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2일 전거래일 대비 1.11% 떨어진 5만3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SK하이닉스(15만8800원)도 4거래일 연속 내림세이나 연간으로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말(7만8500원) 대비 31.7% 급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2.2% 올랐다. SK하이닉스는 '20만닉스'를 현실화하며 지난 7월 11일 연중 최고점 24만1000원을 찍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9만전자'에도 이르지 못하고 급락세를 걸었다. 지난달 14일엔 '5만전자'까지 무너졌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인공지능(AI)을 놓친 탓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공개한 뒤 전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고 있다. AI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화려한 실적을 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연히 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느냐 여부가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에겐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의 주요 납품사로 자리잡았으나 삼성전자는 아직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보이는 '퍼스트무버'가 아닐뿐더러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팔로워로서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 A 씨는 "지난 8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환호했으나 잘못된 소식이었다"며 "벌써 몇 달째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 실질적인 성과가 없으니 희망고문당하는 느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였다. HBM 중요성이 훌쩍 커진 올해 SK하이닉스 점유율은 65%로 더 성장해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2%에 그쳐 작년보다 6%포인트 낮아졌다.

 

급해진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 원(시가총액 대비 2.8%)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는 2거래일 간 6800원 뛰었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도로 까먹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으나 시장의 실망을 불러 주가 하락세만 부채질했다.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2인자' 정현호 부회장,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노태문 사장 등이 모두 유임된 것에 불만을 표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부진을 책임져야 할 인사들이 교체되지 않으니 혁신을 느낄 수 없다는 아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러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7개 ETF(상장폐지 제외)가 삼성전자를 편출했다. 반면 8개 ETF가 SK하이닉스만 새로 편입했다.

 

내년 전망은 더 우울하다. 우선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분야 업황이 좋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개인용컴퓨터(PC) 등의 반도체 재고 증가와 함께 중국 업체들의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교란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도 HBM 성장은 꾸준할 전망이나 삼성전자는 이 부분이 약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HBM 부분 경쟁력이 입증되기 전까지 주가가 박스권 흐름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부진에도 HBM 등 고부가가치 상품 경쟁력이 강한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34조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0.7%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삼성전자 내년 주가는 6만 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면서도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얼마나 빨리 통과해 어느 정도 물량을 따내는 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는 스스로 내세운 목표대로 내년 하반기에 6세대 HBM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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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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