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규제해야 하나…정부,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딜레마

안재성 기자 / 2023-09-18 17:08:13
점점 가팔라지는 가계대출 증가세…6개월 연속 증가 ‘유력’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수요 많아…“증가세 이어질 듯”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점 가팔라지는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을 두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수요가 커 앞으로도 가계대출 확대를 이끌 가능성이 높은데, 다시 규제하자니 ‘역전세난’ 탓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 원으로, 전월 말(680조8120억 원) 대비 8096억 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가계대출 실행은 월말에 집중된다”며 “중순부터 벌써 증가세니 9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가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추세대로라면 9월 증가폭이 8월(1조5912억 원)을 웃돌 가능성도 꽤 높다”고 덧붙였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볼 때,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도 4월 이후 6개월 연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증가폭도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올해 8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6조9000억 원)은 지난 2021년 7월(9조7000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 서울 시내 아파트숲 전경. [UPI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우선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자체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거나 판매 중단하고 있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특례보금자리론도 거의 끝물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 금액은 35조4107억 원으로 올해 목표공급액(39조6000억 원)의 89.4%를 채웠다.

 

그럼에도 가계대출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주택 거래가 꾸준하다. 아파트 실거래가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3845건에서 7월 3595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8월 들어 다시 증가세 전환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준 거래량이 3421건”이라며 “9월 말까지 집계되는 수량을 감안하면 총 4000건 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후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며 “이 흐름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서울 강남·송파·강동 등에서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모두 고가 지역임을 감안할 때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이 효과를 낸 듯하다”고 분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수요 역시 주목받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 확대 등과 함께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역전세난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했다.

 

DSR 규제가 완화되자 곧 대출이 늘었다. 5대 은행의 8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신규취급액은 7255억 원으로 1월(4717억 원) 대비 54% 증가했다.

 

앞으로 해당 대출 수요도 점점 더 부풀 가능성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의 역전세 위험가구는 약 102만6000호로 전체 전세물량의 약 52.4%다. 역전세 위험가구의 현재와 2년 전 보증금 격차는 평균 7000만 원으로, 총 ‘역전세 금액’은 약 72조 원으로 추산된다. 역전세 위험가구 중 28.3%는 올해 하반기 중, 30.8%는 내년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수요는 꾸준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고민이 커지는 형국이다. 가계대출의 지나친 확대는 막아야 하지만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에 DSR 규제를 재적용하기도 힘들다. 자칫 세입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가계대출 확대 흐름이 심상치 않다곤 하나 정부가 세입자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소장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꾸준하고 물가가 오르니 가계대출도 증가하는 흐름을 막긴 어렵다”며 “차라리 연체율 등 부실관리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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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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