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음주, 바비큐 안되고 모래성도 허가받아야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이 반년 간의 환경정비 작업을 마치고 새로 개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은 보라카이 섬이 한시적으로 폐쇄됐던 지난 6개월간 해안도로의 불법 구조물 1250개를 걷어내고, 불법 하수관을 모두 철거했다.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호텔과 식당 400 여곳의 운영도 중단시켰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4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궁창'이라고 표현했던 보라카이 해변의 수질은 대장균 검출량이 기준치의 5분의 1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개선됐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보라카이 섬의 환경이 다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리핀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운 관광객 행동지침을 내놓았다.
필리핀 당국은 관광객들의 행동을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규제키로 해 과거와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래가지고서야 누가 이 섬에 놀러오고 싶겠느냐"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N이 보도한 '관광객 준수 의무 및 금지사항'에 따르면 보라카이 섬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정부로부터 호텔 에약을 허가받아야 한다. 또 교통수단으로는 지프를 개조한 10인승 승합버스만을 이용해야 한다.
반면 과거 보라카이 섬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에서 일상적으로 즐겨왔던 행위들은 대부분 금지된다.
해변에서 파티를 열어서는 안되며, 술을 마셔서도 안된다. 백사장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마어마한 과태료가 기다리고 있다.
해변에 파라솔이나 접이식 의자를 들고 나가는 행위도 금지된다. 애완견을 데리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물에 들어가서도 안되며 수상 스포츠는 해변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밤 9시 이후에는 불꽃놀이를 할 수 없고,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이 금지된다. 도박 역시 금지사항이다. 실은 카지노가 모두 영업정지되는 바람에 도박을 하려 해도 할 곳도 없다.
이밖에도 필리핀 당국이 내놓은 관광객 행동 요령에는 '허가 없이 모래성을 만들지 말 것'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토하지 말 것' 같은 자질구레한 사항들이 제시돼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심신을 재충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섬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호텔 안에서 조용히 먹고 자는 일 외에는 맘 놓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CNN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보라카이 섬이 관광객들을 다시 맞기 시작했지만 '파티의 날들'은 지나갔다"고 전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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