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현 회장, 규정까지 바꿔 3연임 하려 해 문제"
"대한체육회 사유화, 측근 위주 인사…개혁 필요"
"이번에 못 바꾸면 체육계는 불행한 상황 맞을 것"
내년 1월 치러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임 중인 이기흥(69) 현 회장의 3연임 도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75) 블랙야크 그룹 회장 겸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가나다 순)이 후보군이다. 안상수(78) 전 인천시장도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장은 3선 도전 자격을 둘러싼 논란과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의 비토 등 안팎으로 시련에 처해 있다. 정부는 10일 이 회장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 등 8명의 비위 혐의를 여럿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체육회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의 비위 혐의 확인 결과를 발표했다.
KPI뉴스는 도전자 중 '반이기흥' 기치를 선명하게 내건 박 전 회장에게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 전 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이 회장보다 14살 적은 젊은 피다. 2015년부터 5년여간 우슈협회장을 지냈고, 대한체육회 이사로도 일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2일 출마 선언을 통해 "이 회장의 독선적인 운영으로 사유화된 체육회를 정상화하고 부도덕·불공정·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데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는 10일 서울 여의도 KPI뉴스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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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KPI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ㅡ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스포츠와 대한체육회가 위기다. 올해 대한체육회가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을 정관에서 삭제했는데, 규정까지 바꾸면서 이기흥 회장이 3연임을 하려 하는 것이 큰 문제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를 사유화하고 측근 위주 인사를 하고 공적 요소보다 사적 감정을 앞세워 조직을 운영한 것도 문제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ㅡ대한체육회 노조에서 이 회장이 직위를 악용해왔다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3연임 저지 촉구 시위도 했다.
"이 회장이 첫 번째 임기 때에는 카리스마를 앞세워 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 때에는 카리스마가 독선, 독재로 바뀌어 선수, 지도자는 물론 노조 등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대한체육회를 잘못 이끌었다.
노조 성명서를 보면 '특보 행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 직원들을 통한 정상적인 행정보다는 측근 위주 인사, 그러니까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특보나 위원장으로 임명해 운영하는 것을 선호했다는 지적이다."
ㅡ3연임에 도전하려면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에서 12일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위원회 구성부터 논란이다.
"공정위원 15명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중 공정위원장은 이 회장 특보 출신이다. 이렇게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심사한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공적인 기관의 수장 자리를 3연임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일이다."
ㅡ문화체육관광부가 공정위 구성 관련 시정 명령을 내리자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국내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IOC를 거론했다.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가 스포츠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IOC 헌장에 규정돼 있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아니다. 대한체육회를 사유화한 이 회장이 정관을 개정해 3연임을 추진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던 것이지, 정치가 개입했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이 회장이 권력 연장을 위해 IOC를 끌어들인다면,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IOC에서 국내 사정을 잘 모른 채 조치를 취한다면, 체육인 서명 운동을 해서라도 IOC에 진실을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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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이상훈 선임기자] |
ㅡ이 회장이 출마할 경우 일대일 구도가 아니면 권력 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다른 출마자들도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후보 등록(12월 24~25일) 상황을 봐야 하는데, 어느 시점이 되면 그런 생각이 교류되지 않겠나.
당선되면 첫 번째, 공정한 대한체육회로 거듭나게 하겠다. 두 번째, 각계와 소통해 시대에 맞지 않는 정관을 바꾸고 새롭게 기획할 것이다. 세 번째, 미래 스포츠 100년을 위한 세대교체를 추진할 것이다. 네 번째,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해 자생력 있는 대한체육회를 만들 것이다.
아울러 대한체육회 사무처, 가맹 단체, 시도체육회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급여 수준과 복지를 개선하는 데 예산을 많이 투입할 생각이다. 일하는 것에 비해 이들의 처우가 상당히 열악한 게 사실이다.
우슈협회장 시절, 이전에 관리 단체로 지정되고 계파 간 싸움이 심했던 협회를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그때처럼 공정이라는 깃발 아래 소통해 대한체육회를 지금보다 훨씬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 생각이다."
ㅡ체육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대한체육회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이번에 못 바꾸면 체육계는 민주주의가 없는 1980년대 같은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시대에 K-스포츠가 뒷걸음질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펭귄 무리에서 천적이 있는 바다에 맨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내가 퍼스트 펭귄이 돼서 이 회장에게 할 말을 하겠다. 그러니 다른 체육인들도 함께 뛰어들어서 대한민국 체육을 바꿨으면 좋겠다.
이 회장에게는 '회향'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회장도 나도 불교도인데, 회향은 '돌아간다'는 뜻의 불교 용어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명예롭게 회향하기를 바란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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