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대북제재 완화 놓고 간극 좁히지 못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벌이던 '세기의 핵 담판'은 당초 약속된 이틀간 회담 시한 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지난달 27~28일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둘째날 오전까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밝은 표정의 북미 정상은 절제된 언어로 서로를 치켜세우는 등 시종 낙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확대 정상회담을 벌이던 중 갑자기 '회담결렬'이라는 뜻밖의 사태가 벌어져 세계인의 관심은 결렬 이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상호 요구조건의 문턱이 턱없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은 마지막 공동 서명을 앞두고 진행하던 확대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가장 예민한 복병인 대북제재의 완화를 만나 서로 한 발 양보하는 지혜도 발휘하지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먼저 '완전한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구했다. 현 시점에서 대북제재 해제는 북한 정권에는 절체절명의 요구나 다름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후 무려 8개월 만에 어렵게 성사된 이번 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파국으로 끝났다.
이제 한반도의 핵위기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지 당분간 아무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질서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언론 '제재 완화 반대' 한목소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북한 당국으로부터 '속아온'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북한 핵이 완성단계에 있는 시점에서 한 번 더 속는다면 미국은 자칫 전 국민이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록 핵실험을 성공하고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몇 차례 더 미사일 실험을 통해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미국 정부도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할 수 있고 나아가 회담 양상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 회담에 나온 이유도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북제재에 강경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미국의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도 한결같이 대북제재를 일부라도 완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는 민주-공화 양당이 한결같이 대북 제재 완화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북제재 완화는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 행정부는 물론 전 국민이 대북 제재 완화가 북한 당국에 핵보유국 지위의 뒷마당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혹시 자신의 치적에 도취돼 독자적으로 일부라도 대북제재 완화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을 정도다.
북한, 유엔 강공으로 자금난 시달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유엔의 강경한 대북제재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이 비자금으로 군부와 당 지도부를 아우르면서 정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유엔의 제재에 동참한 박근혜 전 정권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부터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 교류에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2월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11월부터 남북 교류가 본격화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도 북한 당국이 엄청난 자금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혹시라도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강경 매파들로 구성된 트럼프 행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비핵화(CVID)'에 이어 더욱 강경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FFID)'를 주장하면서 북미 간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후 8개월 만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한 달 전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것도 통치자금을 빌리러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이를 외면하면서 자금난 압박이 가중되자 어쩔 수 없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급히 응한 것이다.
최근 들리는 바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눈앞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초 북한 외화벌이 담당자들에게 외화 자금을 은닉했다는 죄목을 씌워 가담자 50여 명을 색출, 총살했다는 사실이 복수의 미 정보 당국자로부터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국 전문가들, 2차 정상회담 결렬 이미 예견
이번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막바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가 예견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의회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담당자들마저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정보 담당자들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담당자들도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은 바로 체제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처음 분위기는 매우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면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해제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회담은 파국을 맞았다.
미 정보 당국자들의 예견대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동상이몽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 통첩 형식이 아닌 낙관적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향후 일어날 문제는 당분간 트럼프의 입이나 트위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PI뉴스 / 남국성 기자 nk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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