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안정·속도·수익 '세 마리 토끼' 잡아야

안재성 기자 / 2025-09-23 17:05:46
"안정적이면서 현재 결제시스템 수준 속도 나와야"
원화는 달러화와 달라…"수익 내야 투자 매력적"

최초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등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즉시 여러 기업이 뛰어들 준비를 하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안착되려면 안정성·속도·수익성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23일 금융권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핀테크기업 비댁스는 최근 우리은행과 손잡고 첫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1'을 발행했다. 증거금은 100% 원화를 담보로 하고 전략적 파트너인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 단계라 코인 공개(ICO)는 하지 않았다"며 "관련법이 통과되면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총 5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자체 안을 마련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는 코인을 뜻한다. 전체 코인 시장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확대 일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1250억 달러(약 174조 원)에서 올해 5월 2550억 달러(약 356조 원)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대세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1735억 달러), USDC(739억 달러)가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국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시중은행이 지분 50% 이상 참여한 경우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핀테크기업 등은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핀테크기업, 캐피탈, 게임사 등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면서 안정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안정성과 속도는 물론 수익성까지 갖춰야 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우선 원화 자산 확보를 위해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국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국채 가격이 상승해 금리가 내려가므로 정부의 이자부담이 낮아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거꾸로 움직인다.

 

아울러 기업들의 내·외부 송금에서 수수료 부담을 대폭 낮춰줄 수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내부 송금에 활용하면 연간 최대 1억390만 달러(약 1455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거라고 추산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외화 송금을 할 때는 외화 매매와 환전 등 다양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해외 송금 평균 수수료율은 6.26%에 달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USDC를 토대로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BC레밋의 송금 수수료율은 1%대에 불과하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365일 송금할 수 있다. 업무시간 외에는 송금도 제한이 걸리는 은행보다 훨씬 편리하다.

 

여러 면에서 매력도가 높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아무나 사업을 하기는 힘들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KPI뉴스와 통화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먼저 안정성과 속도를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업 내부 송금이나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이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한다. 문 소장은 "안정적이어야 해당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널리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속도가 받쳐줘야 한다. 문 소장은 "최소한 다른 결제시스템만큼의 속도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수익성도 갖춰야 한다.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투자자에게 따로 지급하는 수익이 전혀 없다. 그래도 수요가 충분하니 문제없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입장이 다르다.

 

문 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스테이블코인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처지"라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매력을 가지려면 수익성 보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현대캐피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서 이를 활용해 현대차나 기아차를 사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면 현대캐피탈은 단숨에 글로벌 10위 안에 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킹 서비스로 보상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스테이킹은 은행 예·적금처럼 투자자가 보유한 코인을 거래소나 플랫폼에 예치하는 서비스다. 거래소·플랫폼은 예치된 코인을 다른 이에게 빌려줘 이자수익을 낸 뒤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만약 스테이킹 서비스로 연 10% 이상의 이자수익을 제공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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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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