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금리전망] 동결? 인상?…어떤 선택도 ‘가시밭길’

안재성 기자 / 2023-09-27 17:04:39
동결하자니 물가·한미 금리 역전 심화 ‘걱정’
인상하자니 경기침체 ‘우려’
전문가들 의견도 전망 갈려
“물가 잡으려면 올려야” VS “경기 나빠 동결”

한국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경에 처했다.

 

한은은 지난 1월 금융통화위에서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2월부터 8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여러 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계속 동결하니 시장은 추가 인상이 없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빠르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물가가 불안해졌다. 6, 7월 2%대로 낮아졌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4%로 뛰었다. 이달에도 3%대가 유력하다.

 

고유가 영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지속하면서 국제유가는 고공비행 중이다. 이미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기업 중 하나인 콘티넨탈리소시스의 더그 롤러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고유가 탓에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도 강화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요할 경우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도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또 내년 금리인하폭은 0.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제시돼 고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연준(5.25~5.50%)과 한은(3.50%)의 금리차는 2.00%다. 연준이 추가 인상을 했는데, 한은이 동결에 머물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은 2.25%로 확대된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지나치게 커지면 원·달러 환율 급등, 해외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는 0.9% 성장에 그쳐 정부가 바라는 ‘상저하고(上底下高)’가 쉽지 않은 흐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전월 대비 0.7% 줄었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3.2%, 설비 투자는 8.9% 축소됐다. 생산, 소비, 투자 트리플 감소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느린 반도체업황 개선, 중국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한국 경제의 핵인 수출은 비틀거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 1~20일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9.8% 늘었지만 이달 하순 조업일수가 적어 월간 기준으로 증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머리를 싸매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복잡하니 향후 한은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은은 물가 대응이 최우선이다. 아직 물가상승률이 높으니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 심화도 염려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이 제자리에 머물면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금리인하를 논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물가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3%대인데, 실제로는 5% 이상이다. 한국은 물가 통계에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어 집값 오름세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연준도 사실 집값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려는 것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이지만 연내 1400원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 역전폭 심화를 두고 보면 안 된다.

 

금리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 같은데,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인하하진 못할 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한은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한미 금리 역전폭을 감안할 때 연내 한 차례 더 추가 인상할 수 있다.

 

금리인하는 한은이 연준보다 앞서가진 않을 거다. 연준이 내년 하반기로 금리인하를 미룬다면, 한은도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심각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거다. 물가상승률도 4분기부터는 다시 2%대 후반으로 진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은 금리인하는 빠르면 내년 1분기, 늦으면 2분기로 예측한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

 

"수출, 내수 동시 부진으로 경기가 너무 나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동결 기조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2분기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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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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