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건호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 무책임한 주장"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4-04-16 17:12:39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연금서적 낸 전문가
"4%P 더 내고 10%P 더 받는 1안은 지속 가능성 악화"
"'더 내고 그대로 받자' 2안으로도 보장성 강화 가능"
"국민·기초·퇴직연금 조합해 노후 소득 보장 설계해야"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한 시민대표단 500명의 숙의 절차가 지난 주말 시작됐다. 시민대표단이 네 차례(13·14·20·21일) 토론회 후 결과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하면, 국회가 다음달 29일까지 개혁안을 완결하는 일정이다.

시민대표단 앞에는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의제숙의단에서 제시한 두 방안이 놓여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10%P 높이는 것이다(이하 1안). 다른 하나는 보험료율은 12%로 3%P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2안).

'더 내고 더 받자'와 '더 내고 그대로 받자'로 요약되는 두 방안에 대해 KPI뉴스는 16일 연금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사회학 박사)에게 물었다. 오 위원장은 최근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이라는 제목의 서적을 출간했다.

 

오 위원장은 과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에서 연금, 복지 등 분야를 담당했지만 국민연금 개혁 문제에서는 진보 진영의 주요 단체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 정동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정동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ㅡ1안과 2안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보나.

"2안을 지지한다. 연금 개혁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과 보장성 확보다. 지난해 제5차 재정 계산 결과에 의하면, 미래 국민연금 재정은 무척 불안정하고 2055년 소진되는 것으로 나온다. 소진 이후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2안은 미래 세대 부담을 일정 정도 경감한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개선 측면에서 2안이 낫다. 재정 안정화를 위해 충분한 방안은 아니지만 17년간 동결된 보험료를 인상하는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1안은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 문제를 방치하고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재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고 제도의 문제를 덮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본다."

ㅡ향후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한다고 보나.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즉 받을 만큼은 내려면 보험료율이 20%는 돼야 한다. 그런데 현행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고 기금 수익률을 올리면, 20%를 15% 선으로 낮출 수 있다. 이번에 12%를 가고 점진적으로 15%까지 가야 한다."

ㅡ지속 가능성 말고 보장성 면에서는 1안이 2안보다 낫지 않나.

"누구의 보장성을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일률적으로 40%에서 50%로 올리면, 소득과 가입 기간을 고려할 때 중상위층은 받게 될 국민연금 액수가 많이 늘어나지만 중간 이하 계층은 인상액이 많지 않다.

현재 노인 빈곤율이 40%대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분들의 보장성 강화를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1안은 주로 중상위층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2안으로도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

ㅡ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가입 기간을 늘려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만 59세인 의무 가입 연령을 64세로 높이면 소득대체율 5%P 인상 효과가 난다. 둘째, 출산·군 복무·실업처럼 생애 주기에서 보험료를 내기 힘든 시기에 국가가 지원하는 크레딧 제도의 확대다. 셋째, 도시 지역 가입자 같은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이다.

그렇게 해서 연금 취약 계층 등의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에 더해 법정 연금 3총사 즉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조합해 보장성 강화 방안을 짜야 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모든 계층의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할 수 없다. 중간 이하 계층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중상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짝으로 설계를 해야 한다."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이상훈 선임기자]

 

ㅡ진보 진영의 주요 단체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한다. 국가 재정 투입을 확대하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연대·공존을 누구보다 강조해야 할 진보 단체들이 현세대, 그중에서도 노동 시장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갇혀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연금 3총사가 존재하는데도 진보 진영이 너무 국민연금 중심으로 사안을 보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국가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면, 그건 모자라는 보험료를 메워 중상위층의 연금액을 높이는 데보다는 연금 취약 계층을 위해 쓰여야 한다."

ㅡ연금 개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지난 30년 동안 현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거의 완료했다. 현세대가 덜 받거나(급여 하향), 더 내거나(보험료 인상), 늦게 받거나(수급 개시 연령 연장) 하는 쪽으로 조정했다.

그렇게 해서 대개 보험료율 18% 안팎, 소득대체율 40% 정도로 세팅을 했다. 현세대가 받을 급여와 낼 기여액, 미래 세대가 받을 급여와 낼 기여액이 큰 차이가 없게 했다. 소득대체율 40%가 국제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미래 세대 부담이 현세대의 4~5배로 늘어날 수 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세대 간 공존을 위해 현세대가 책임을 자각하고 미래 세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