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협회, 유신·삼안과 철도 사업 조사 계약
도화엔지니어링, 하수처리시설 건설 경제성 분석
한국국제협력단, 픽업트럭·X레이 등 현물 지원 추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공공 기관과 민간 건설 업계가 앞다퉈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의를 진행 중이라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철도와 공항, 하수처리시설 등 전체 재건 사업 규모는 7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5일 전자정부 누리집을 보면 코레일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철도 시설물 복구와 철도 차량기지 건설 사전타당성 조사 사업 계약 체결 계획안을 작성했다.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국경 구간 고속철도 구축 타당성 조사 사업관리(PMC) 수행 계획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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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쇼스트카의 철도역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여객열차가 파손된 모습. [뉴시스] |
철도 시설 건설·관리 기관인 국가철도공단도 코레일과 같은 3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현지 착수 보고회를 개최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해외건설협회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철도 시설물 복구와 철도 차량기지 건설 사전타당성 조사를 위한 계약을 국내 대표적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인 유신, 삼안과 각각 체결했다. 협회는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해외건설 지원 전문기관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6대 선도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이 대표 격이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가 현지에서 '키이우 지역 교통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의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유신도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거의 마비된 철도망을 재건해 유럽 철도망에 편입시키려 한다. 철도는 수송의 80% 이상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모든 국가 재건 프로젝트는 자재, 장비, 인력의 원활한 이동이 전제돼야 한다"며 "철도 복구 없이는 다른 어떤 복구 사업도 본격화하기 어려우므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인프라 사업"이라고 짚었다.
재건 비용은 국제 기구와 주요 국가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협회는 "국제 기구나 지원국은 자금 지원 전 체계적인 타당성 조사를 요구한다"며 "어디를, 어떤 순서로, 어떤 기준으로, 얼마의 비용으로 복구해야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4차 우크라이나 재건 피해 및 수요 조사(RDNA4) 결과에 따르면 필요 비용은 5236억 달러(약 768조 원) 규모에 달한다.
협회는 흑해를 통한 수출이 봉쇄되거나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곡물 등 수출품을 루마니아 콘스탄차항으로 운송할 수 있는 노선 복구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철도 노선은 폴란드 방향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송 경로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물자 수송에 이용되는 폴란드 주요 철도 선로가 폭파되는 일도 있었다.
재원 조달 방안 마련도 주된 과제다. 우크라이나 정부, EU 기금,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국제기구 차관, 관련 협력국의 양자 지원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참여 가능 규모도 파악한다.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등 국가 지원 자금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려 한다.
협회 관계자는 이날 KPI뉴스와 통화에서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철도 관련 사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기본구상이나 사업 계획 수립의 전 단계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화엔지니어링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6대 선도 프로젝트'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건설 사업의 경제성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유신도 지난 10월부터 같은 사업의 공정 컨설팅 용역을 진행했다. 시설별 용량계산서와 시설물 배치 계획, 설계도면 작성 등이 주된 과업이었다.
재건 참여를 위해선 사전 지원이 필수적인데, 한국국제협력단이 맡고 있다. 협력단은 인도적 현물 지원 차원에서 지난달 한도액 127억 원 규모의 픽업트럭 400대 제조 및 사후 관리 입찰 공고를 냈다. 이어 궤도형 굴착기(68억6000만 원), 차륜형 로더(68억3200만 원), 궤도형 도저(55억3500만 원) 등 건설기계 제조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20억 원가량을 들여 의료 영상 촬영 장비(C-arm X-ray)도 지원할 계획이다.
성장판이 닫혀가는 건설업계로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적잖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이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여러 모로 소통해왔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의는 언제 타결될지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특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날 종전 협의에 대해 "상당히 좋은 회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도 4일(현지시간) 인도 방문을 계기로 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매우 유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토 문제 등에서 이견이 여전해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특사단은 우크라이나 측과도 만나 종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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